가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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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반성이 없는 삶은 맹목적이고 미련하다. 일터에서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삶을 허비하는 것이다.
1부 사라진 시간
36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된 것은 일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우리가 여전히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일을 덜 하게 되면 다른 것을 추구할 여력이 더 생긴다.
36 계속해서 러셀은, 우리의 일이 줄어들면 탐구심이 더 많아지고 공부를 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생계의 필요에 얽매이지 않아서 공부가 혁신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잉 교육과 남아도는 지식노동자
55 누군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낼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용할 새로운 방식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지식사회’와 ‘지식노동자’보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더 잘 설명하는 개념은 없다.
57 1979년 드러커는 지적인 사람들이 지루한 업무를 맡고 나서 자신이 지나친 교육을 받았음을 깨닫게 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대단한 ‘지식인’이 되리라 기대했던 자신이 일개 ‘직원’일 뿐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64 인류가 더 큰 차원에서의 유용한 진보와 개개인의 잠재적 자유 시간을 맞바꿨다는 통념을 우리는 믿지 않는다. 자료가 이런 통념을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예전에 비해 더 잘살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결정적 발명은 별로 이뤄내지 못했다.
83 사실 일시적으로 바쁜 기간에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스트레스의 축적은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과 더 관련 있다.
88 일하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 노동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표면적으로나마 의미 있어 보이는 사적인 작업들로 그 시간을 채우게 되었지만, 실은 그것들도 그저 허튼짓거리일 뿐이다.
텅 빈 노동의 네 가지 유형: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꾸며내기
110 “오래된 낡은 문화가 아주 광범위하게 퍼진 땅에서, 새로 태어난 젊은 문화가 숨도 쉬지 못하고 순수한 특유의 표현 형태를 성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의식조차 온전히 발달시키지 못한 상황을 가리키기 위해, 나는 역사적 허위 형성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젊은 영혼의 심부에서 솟아오른 모든 것이 낡은 거푸집에 갇혀, 젊은 감각이 낡은 틀 안에서 딱딱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창조력으로 자라나는 대신 먼 곳의 권력을 미워할 수 있을 뿐이며 그 증오는 자라서 괴물이 된다.”
2부 사라진 의미
150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되었다.
165 크로만에 따르면 이런 신뢰의 결여에서 가장 안 좋은 점은, 업무를 제대로 하는 것과 아무 관계 없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166 좋은 의도와 합리적 사고의 결과이기에 가짜 노동을 근절하기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
168 그러고 나서 도구를 개선하고픈 인간의 끊임없는 충동이 끼어들었다. 계약에는 점점 더 많은 목적, 지표, 자료와 개발 프로젝트가 포함되었다.
169 “이 상황을 글로 설명할 때는 사회복지사들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문제는, 종종 이들이 한번에 너무 많은 성과를 거두려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련의 의미 있는 조치들이 서로 부딪칩니다. 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죠. 특히 정치적 관점에서요.”
171 본센에 따르면 특히 현대 공공 부문 경영의 문제는, 우선 순위를 정해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그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시도들이 서로에 대한 경쟁과 충돌로 귀결된다. “그들은 모든 일을 한 번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해요.”
211 실제 좋은 것보다는 계량화할 수 있고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걸 우선시하고 있어요.
216 사실 전문용어의 목적은 진짜 문제를 대체하려는 데 있다. 취재원 중 하나의 표현에 따르면, 전문용어에 유창한 사람들은 명료성을 위협으로 간주한다. 리더십에는 특히 전문용어가 득실거린다.
217 “하지만 자아는 견고한 기반에서 출현하지 부풀린 점수와 과장된 이력서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현실이 제대로 치고 들어오면 우리 소중한 자아는 무대에서 실패하고 자존감이 무너집니다.”
223 회사는 또한 직원들이 얼마나 바쁜가로 자신의 중요성과 가치를 측정한다.
233 “가짜 노동은 개인의 도덕성과 자존감에 높은 비용을 소모시키니까요.”
234 허위 활동은 미학적 기쁨과 위안을 주는 데다 멋지니까요. 진짜 문제를 외면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죠.
235 과시성은 눈가리개와 같다. 우리는 자신이 식견 있고 효율적으로 일하며 필수적이자 놀라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아무도 눈가리개를 제거하는 데 관심이 없다.
236 이제 사람들은 남들과 같이 흐름의 절정에 올라타고 남들이 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느라 너무 바쁘다. ‘아니요’에 대한 두려움은 ‘네’에 대한 갈망으로 대체됐다.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남들과 연결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긍정성의 문화로 향하는 길을 닦아놓은 이 같은 변화는 이제 SNS의 ‘좋아요’로 표현된다. 긍정적이 된다는 것은 또한 남들에게 관심받는 한 방법이 되었다.
238 비판을 피력하거나 불만족스러워하는 근로자는 작업의 방해꾼이며 모두의 속도를 늦춘다. 긍정적 태도는 빠른 진척을 의미한다.
241 “안 된다고 하는 직원이 되는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워요. 자리가 위태로워지겠죠. 특히 공적 부문에서는 단호하게 반대하며 안 된다고 할 때마다 잘릴 각오를 해야 해요.”
255 다른 사람에게 관계없는 정보를 나누고, 자신이 얼마나 바빴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회의가 가진 유일한 목적이다.
260 근무시간과 생산력이 서로 비례관계라는 환상은 현대에 와서도 끈질기게 계속되었다.
264 즉,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 업무가 의미 있고 능숙해지는 상태까지 충분히 깊이 파고들 시간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269-270 일에 쏟는 시간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무슨 일을 어떤 품질로 했느냐이다. 그럼에도 노동시간의 길이와 연관된 가짜 노동이 여전한 이유는, 인류가 산업사회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허위 형성의 함정에 걸려 여전히 시간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272 회사가 임금을 지급한 만큼의 일을 직원이 마쳤다면 집에 보내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280 다음 답변은 직업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 무언가 결과를 낳는다
- 흥미롭다
- 행복하게 해준다
- 쓸모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 다른 사람을 돕게 해준다
- 잠재력을 개발해준다
304 통제로는 신뢰가 쌓일 수 없다. 내가 사람들을 믿지 않으면 사람들도 믿음직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것이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다.
3부 시간과 의미 되찾기
323 그러므로 노동은 인간의 내면을 외면화시키고 외부를 내면화시키는 활동이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 안에서, 환경 안에서 자리를 찾는다고 헤겔과 마르크스는 말하곤 했다. 인간은 일할 때, 즉 세계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자유롭다. 이런 식으로 인간은 자신과 호응하는 세계를 만난다. 이는 조용한 상호작용이 아니지만 조화로운 상호작용이다. 인간, 돛, 바람 같은 다양한 사물이 한데 모인다. 그리고 이 만남에서 반향이 일어난다.
325 노동이 우리 존재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의미 있는 작업 과정에 참여할 때 안정감을 느끼고 비본질적 노동에 참여할 때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소외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도 헤겔을 따라 소외에 대해 비슷한 논지를 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맥락에서 소외 상태란, 무엇이 진짜 노동이고 무엇이 가짜 노동인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것을 의미한다.
334 인정의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는 사회가 내가 한 노동을 알아줄 뿐 아니라 그에 가치를 할당하는 것이다. ‘타인’이 내가 만든 것을 필요로 하여 사용하고, 그럼으로써 내 노동의 ‘가치를 알아준다.’
340 노동시간을 3분의 2로 줄일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자유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서, 우리의 공포를 억제할 수많은 가짜 노동을 발명했다고.
342 프랑스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에 의하면 선택은 늘 윤리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삶을 사는 방식이 타인에게 어떤 선택을 할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무엇을 하든 본보기가 될 수 있다.
364 관계 지향 리더는 근로자에게서 잠재성을 보고 재능 있는 팀을 기르고 직원들의 의욕을 심어주고 성장시킨다. 전문가인 관리직은 결정 내리는 데 적임자인 반면, 관계 지향 리더는 시스템을 이용해 직원을 감시하는 대신 그들이 뭘 하나 지켜볼 수 있다.
378 인류는 더 발전하고 발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짜 노동에 의한 시간 낭비를 멈추고 러셀의 권유에 따라 놀이와 여가를 위한 시간을 허락하며 표면적 사고보다는 깊은 사고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 폭발하는 인구 증가와 임박한 기후 재난을 볼 때 인류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런 문제에 대해 그저 연례 보고서나 더 써내기보다는 주의 깊게 성찰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짜 노동으로부터 시간을 해방시켜 자기 개발에 쏟아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생각하고 놀고 시험해볼 공간과 자유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