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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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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

2024-11-05 저자: 박서련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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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갈피

71 나는 사진과 손목시계를 모두 내밀었다. 아무래도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아깝다거나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까울 만큼 비싼 물건들이 아닐뿐더러, 추억 때문에 소중하다고 하기에는… 이 소중한 추억이 나를 마법소녀로 만들어주는 건데 근사한 일 아닌가, 오히려 이득이라고 할까? 그런 마음이었다.

120 “마법소녀가 생겨나는 이유는 그 사람에게 그 힘이 가장 필요했기 때문이니까. 거꾸로 말하면, 각성 직전의 마법소녀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

191 스물아홉살에도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면 시계 디자이너가 되기에 늦은 나이도 딱히 없을 것이다.


199 똑같이 지구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데도 마법소녀들이 거대 로봇에 비해 약하다거나 시시하다는 평가절하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건 체급 차이를 떠나 명백한 과소평가다. 전투가 끝난 자리가 많이 파괴된 쪽보다 적게 파괴된 쪽이 더 강하다. 덜 파괴한 쪽이 보다 많은 사람을 구한 쪽일 테니까. 마법소녀물에서 파괴의 이미지가 비교적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약해서, 소녀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그만큼 유능하다는 의미로 파악해야 한다. 전투를 벌일 때마다 마천루가 무너지고 철도가 끊어지고 폭발이 연쇄된다면 그게 어떻게 지구를 ‘지킨’ 것이 되는가? 전투에 승리한 것은 될 수 있어도 진정 인류를 구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205-206 자신을 마법소녀로 여기는 데에 불편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 그러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마법소녀-되기에는 유년기 문화적 자산으로서만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유효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소녀들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끝없이 사유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놀라운 힘을 개인적 편의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제안이 ‘참여 가능한 환상’으로서 수용되기를 기대한다. 당신도 마법소녀가 될 수 있고 그 사실에 만족하기를. 당신은 종말론만 있고 맞서 싸울 이는 없는 이 암울한 세계를 밝힐 촛불이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