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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뮤지컬

2023-08-01 저자: 이수진 출판사: 테오리아

🔖 책갈피

70년 전에도 맨스플레인은 지겨웠다 - 원더풀 타운

16 뮤지컬 <원더풀 타운>이 공연되었던 시절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70년 전이니 그렇다치더라도 그로부터 세기가 바뀌고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뮤지컬에서 여성 주인공에게 바라는 것은 대부분 사랑하는 남자와의 ‘해피엔딩’이다. 사랑을 이루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사람이 원하는 게 사랑뿐만은 아니지 않은가.

17 확실하게 진짜 진짜 확실하게 남자에게 차이는 환상적인 방법은 바로 그 남자의 면상에 지식을 확 꽂아주면 돼. 그럼 그는 2루 진출은 시도도 안 하고 사라져.

그립고 질리고 사랑하고 진절머리 나는, 떠날 수 없는 나의 친구들에게 - 컴퍼니

27 바비가 다양한 인종과 성으로 재해석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 세계가 인류에게 씌운 굴레를 벗어나가는 순서를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백인 이성애자 남성이 제일 먼저, 그 다음에 흑인 남성이, 흑인 성소수자가, 마지막으로 여성이 바비역을 맡으면서 마침내 여성이 그 굴레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 2019년이다. 초연된 지 거의 반세기가 흐른 후에야, 여성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29 미워하고 지겹지만 멀어질 수 없는 사람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 리가 없으므로, 상처를 준 사랑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그 ‘컴퍼니’ 안에서 내 삶을 오늘도 계속된다.

진정한 사랑을 만났는데 어쩌다 보니 예수님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리틀 나이트 뮤직 - 광대가 등장하는 순서

주인공보다 웃기고 나쁘고 매력적인 악역 - 리틀 숍 오브 호러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나 - 라카지

71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가사가 바로 “나는 나 자신의 특별한 창조물”이라는 가사다. 이 가사는 은유이자 은유가 아니다. 신이나 부모가 낳아준 내가 아니라 나 스스로 선택하고 치장한 나 자신이라는 의미이자, 다른 성의 옷을 입기를 선택한 나, 그 나의 모습을 만든 나 자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전쟁을 하려거든 이들처럼 - 렌트

인생을 다시 산다면 안 그랬을 기억들 - 빌리 엘리어트

94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은, 할머니의 인생을 보여준 것철머 빌리의 형, 아버지, 빌리의 친구와 단 한 번 등장하는 오디션장의 발레리노까지 누구도 그냥 지나치치 않고 섬세하게 그리고 지나간다.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신뢰와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가장 사랑스러운 넘버다.

망한 영화에도 미덕은 있다 - 제너두

소맷자락 안에 가둘 수 없는 영혼 - 서편제

종교의 탄생 - 북 오브 모르몬

125 물론 그들이 믿는 것은 종교 그 자체의 순기능이 아니라 종교를 만드는 인간들의 선한 의도다.

크지만 작고, 단단하지만 여린 롤라의 매력 - 킹키부츠

131 그가 주눅이 드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이 “일반적인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으로 뼈저리게 알게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옳고 그름 때문이 아닐 사회적인 차가운 눈초리 때문이다.

132 롤라는 그러한 찰리를 못 본 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롤라는 찰리의 구원 요청에 손을 내민다. 찰리가 잘생겨서나 매력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만이 아닌 타인인 공장 직원들의 인생을 길바닥으로 내보낼 수 없어 전력투구하는 찰리의 모습에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타인’들은 롤라에게 손가락질하던 바로 그 “일반적인 사회”다.

135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롤라에게도 구원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전설들이 사랑했던 노래 - 파리의 아메리카인

145 뮤지컬의 넘버들은 작품 안에서 등장할 때 작가들이 만든 개연성과 함께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47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래서 우리는 늘 조금씩 같은 방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거듭거듭 보는 게 아닐까.

사실은 간데 없지만 시는 아름답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노래는 사랑이라 말하는데, 사틴은 삶이라 노래하네 - 물랑루즈!

169 크리스티안이 일제강점기의 신파극 주인공 이수일처럼 돈이냐 사랑이냐를 외칠 때, 사틴은 그 둘이 칼로 자르듯 갈라지는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안다. 삶이 꺼져가는 사람 앞에서 무엇인들 절실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