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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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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2025-04-21 저자: 김산하 출판사: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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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갈피

책을 내며 | 코로나19 시대에 살아있음에 대하여

9 내가 살고 싶으면 남도 살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인류에게 던져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지구를 나눠 쓰고 있는 다른 많은 생물도 그들의 방식에 따라 그들만의 세상을 이루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재단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따르는 게 아니라, 야생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풍성하고 찬란하게 자연 세계를 자체 조직해야 한다. 그것을 통째로 삭제하거나 마음대로 해체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0 살아있다는 것은 ‘그냥 사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생명은 다른 생명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완성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더 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들어가며 | 살아있다는 건

13 우리가 어떤 일을 겪을때,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하나의 우주와도 같이 광대하고 풍요롭다. 살아있다는 건 그런 것이다. 세계 안에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15 반복되는 일상이나 경험일지라도 그 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음미한다는 것이다. 해치우듯 삶을 지나치지 않고 살아 있는 맛을 마음껏 만끽한다는 의미다.

17 살아있다는 건 그것으로부터 배울 게 있다는 의미다.

22 살아있다는 건 외부에 기대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즉 세상과 나, 둘의 존속을 원하는 것이다.

1장 변하는 계절의 일부가 되기

상모솔새의 날갯짓 | 계절과 관계없이 늘 씩씩하기

33 그래서 이렇게 불확정적이고 모진 자연의 장에서 살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본자세가 요구된다. 씩씩하게 사는 것.

봄과 겨울눈 | 봄의 꿈틀거림에 동참하기

잠 | 추울 땐 그저 평화롭게 잠들고 싶을 뿐

46 이렇듯 잠의 완료가 아닌 잠의 파괴로 시작되기에 아침이 전혀 싱그럽지 않다.

지금, 여기 | 비본질주의와 작별하기

56 자연 상태에서는 나와 전혀 무관한 남이란 아마 애초부터 만날 수도, 알 수도 없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확장된 나이기도 하다. 나와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 아무런 상관도 없는 현상은 있을 수 없다.

2장 존재의 고유한 부분집합 찾기

72 모른다고 잡초라 묶어서 부르는 건 관찰자의 무지함이지 현상에 대한 올바른 기술은 아니다.

73 산다는 것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외롭다. 모든 존재의 기본 전제가 ‘다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로 그 덕분에 우리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와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얽히고설킨 채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 있다는 건, 나만의 고유한 시공간을 누린다는 것이다. 내가 그러한 만큼 남들도 그럴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존재 그 전부가.

꽃가루의 가능성 | 작은 기회도 묵묵히 살리기

80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바로 그 부드러움 덕에 밟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무엇이 강함이고 무엇이 약함인지 사색의 화두마저 던져준다.

80 있을 수 없는 곳에, 자연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 화분을 두고 식물의 나약함에 혀를 끌끌 차는 것. 그것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작은 기회도 묵묵히 살리며, 소박하지만 강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그들의 멋진 진면목을.

나무의 춤 | 때가 되면 훌훌 털어버리기

기다림의 미학 | 난관이 스르륵 지나가게 하기

애착의 발생 | 존재의 빈자리를 남겨 두기

101 어떤 대상에게 애착이 생긴다는 것, 생각해보면 참 희한한 일이다. 살면서 매일 무수한 것들을 지나치다 갑자기 눈을 계속 두게 되는 무엇인가를 만난다. 왜 그것이 하필이면 선택되었는지, 다른 동종의 것들에 비해 무엇이 남달랐는지 모른다. 짐작과 추리로 이유를 갖다 붙일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왜 그러하였는지는 영원히 미궁이다.

103 생명은 유한하므로 살아있는 생물끼리의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슬픔을 저축하는 행위다. 언젠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것을 한꺼번에 인출해야 한다. 많이 쌓을수록 많이 거둔다. 때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사랑에 수반되는 슬픔과 고통이 두려워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건 생명이 할 수 있는 가장 비겁한 행위다.

104 살아있다는 건 그런 것이다. 나만의 빈자리를 갖는다는 것. 너도 너만의. 아 그가 그립다. 그 빈자리가 눈에 선하다. 너와 나만의 빈자리가.

애벌레의 속도 | 각자의 보폭으로 걷기

- 고유하고 다양한 삶들의 공존

115 애초에 원하는 게 다르다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게다가 경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걸 원하는 건 내게도 불리하다. 차라리 남더러 다르게 살라고 부추기는 편이 내게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야장천 사회의 다양성을 죽이는 데 공을 들인다.

117 나와 전혀 다르게 사는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모두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이미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3장 사랑을 몸속에 작동시키기

잠자리의 짝짓기 | 실패할지라도 발걸음을 내딛기

133-134 과정에 대한 터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직결된다. 과정에 있는 모든 것은 실패의 가능성과 씨름하는 것과 같다. 특히 사랑처럼 어렵고 섬세하고 깨지기 쉬운 것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뒤집어 본다는 실패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란 의미가 되기도 한다. 아직 탐색 중인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상태와 완전하게 아는 중간 어디쯤에서 마땅히 살피고 고민하고 실험해야 한다. 각자의 개성과 철학에 따라 천차만별인 사랑의 방식이 여기저기서 피고 져야 한다. 한 실험에 실패하면 홀가분하게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고, 그 넘어감에 대해 또는 실험에 대해 어떠한 질타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 사랑은 도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 몸부림의 핵심이 되는 실험 정신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모두 사랑에 반하는 행위다.

과정에 대한 은폐와 실패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게 자리하고 있는 이상 사랑의 생태계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없다. 어차피 사랑에 완성이란 없다. 언제나 진행형일 뿐이다. 사회 제도를 통해 약간의 질서를 부여하는 시도만 할 수 있을 뿐,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부정형인 삶에 각을 잡을 수는 없다. 실패할 때 하더라도 얼마간 몇 발자국이라도 내딛는 것, 그거면 된 것이다. 짧든 길든 기꺼이 사랑의 실험ㅇ르 함께 감행한다면 아쉬움은 남을지라도 앙금은 남지 않는다. 그러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무것도 실패로 기억되지 않는다.

다람쥐의 겨울잠 | 마음이 들떠 너무 일찍 깨듯이

부름과 화답 | 두려워 않고 반응을 기대하고 기다리기

149 소통의 핵심은 반응이다. 내가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띄웠을 때 그것을 듣고 접수해서 또 다른 메시지로 되돌려주는 것. 그러므로 모든 메시지는 반응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 바탕을 이룬다. 누군가 듣거나 말거나 던져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누군가가 어딘가 있다는 전제가 필수다.

150 그러나 살아있다는 건 위험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그 존재를 찾는 일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삶을 아까워하는 게 아니다. 삶은 더 나아가고자 하는 발걸음이다.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존재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의 마음으로.

힘과 땀 | 심장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기

- 사랑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_전시 <여우기>로부터

159 좋아하는 존재를 향해 무언가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그 좋아함이 전해지고, 확장되고, 충만해지는 것 같다. 어쩌면 좋아함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

4장 살아있음으로 채우기

분더러스트 | 괜히 이곳저곳 누비기

176 아무리 탁하더라도 문을 열어 공기를 들이키며 땅에 두 발을 딛고 서야 정식으로 도착한 게 된다. 그 순간부터라야 나는 그곳에 가본 사람, 그곳에 가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내가 된다.

마음의 범위 | 열탕과 냉탕을 무한 반복하기

휴식과 자유 |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놀이와 재미 | 때와 장소와 재료를 가리지 않는 놀이 정신

- 야생동물과 인간에 관한 미학적 시선

5장 오래 바라보고 함께 존재하기

계산 없는 환대 | 일상적인 만남도 뛸 듯이 반갑게

감응 능력 | 생명에게 그냥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우연한 만남 | 별 볼 일 없는 사이라도 마주치면 응시하기

불청객과의 소풍 | 자연을 대하는 이분법 탈피하기

- 동물축제

나오며 | 언젠가 죽는다는 건

260 사랑한다는 건 슬픔을 저축한다는 의미다. 좋은 시간과 추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간이 흘러 헤어짐이 찾아왔을 때 슬픔은 더 깊게 사무친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득 마음 한구석으로는 슬픔의 잔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아, 언젠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동안 모은 걸 한 번에 인출하겠구나.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