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매거진 Vol. 1
🔖 책갈피
세 가지 열쇠 - 창조, 성찰, 협력
26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입니다. ‘성찰’은 자기 객관화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향상성을 전제로 합니다. ‘협력’은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관계 안에서 일어나느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모두 개인의 독립과 진화에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27 사실 집단의 시대의 혁신, 통찰, 분업과 개인의 시대의 창조, 성찰, 협력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단계 발전된 연속성을 가진 개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프리뷰 | 요조
41 신수진 인터뷰어나 독자뿐만 아니라 인터뷰이도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여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임하게 돼요. 물론 그러다 보면 조금은 순종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아요. (…) 그런 점에서 인터뷰란 기본적으로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그 내면으로 들어가면 상당한 알력이 작용하는 현장인 것 같아요. 각자의 속으로는 누구의 그림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주도권을 다투는 긴장이 흐르는 현장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43 송주환 제가 수진씨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저는 구요조도 좋고 신요조도 좋습니다. 사람은 연속성을 가지고 발전하는 것이니까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44 신수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고 열심히 사는 일은 그 자체로 옳은 일이기도 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내가 나를 덜 미워하게 하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자기혐오를 멈추고 ‘그래 사실 너도 괜찮은 애야. 절대 나쁜 애가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존중하는 일을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6 신수진 (…)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왈칵 나와요.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슬픈 거죠.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런 순간들의 유한성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 감동이 저에게는 슬픔이라는 형태로 와닿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게는 아름다움의 마지막은 언제나 슬픔으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 김민희(톱클래스 편집장)
66 훌륭한 것이 새롭게 훌륭해지는 일. 나는 인터뷰어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이가 가진 어느 훌륭함을 다시 새롭게 훌륭하게 만들고, 인터뷰이의 삶의 매무새를 보기 좋게 매만지고, 그의 가치를독자에게 상기시키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68 김민희 나는 오늘 당신을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늘 제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나는 오늘 당신의 이야기를 온 몸을 기울여서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80 김민희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 간절함 없음이 지금의 김민희를 만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무언가를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간절함이 없는 성향 중 어떤 특징들 때문일까, 이걸 또 곰곰이 생각해봤거든요. 그 이유로 세 가지 정도를 추릴 수 있었어요.
일단 하나는 성실함이에요. 성실함이라는 게 진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되게 중요한 게 간절함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부분 일이 비자발적으로 주어진다는 점이거든요. 스스로 ‘이거 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가 아니라 누군가 ‘너 이거 해볼래?’하고 시키는 거죠. 저는 그렇게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정말 열심히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해요. 성실함으로 커버하는 거죠.
또 하나는 책임감이에요. 이것도 되게 뻔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임감은 일단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커서 생기는 거예요. 나한테 안 맞는 일이지만 내가 안 맡는다고 하면 다른 친구한테 피해가 되지 않을까, 그런 너무 미안해지는데, 하는 마음이죠. 그래서 안 맞는 일도 억지로 하게 되고, 하다 보면 어느새 흥미를 느끼고 있는 거죠.
마지막 세 번째가 호기심과 재미인데요. 저는 간절함이 없다 보니까 세상 모든 게 다 재미있어 보이고,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이 호기심이 인터뷰어로서 굉장히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도 만나고 싶고 저 사람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거죠. 항상 그렇게 호기심과 재미가 머릿속에 둥둥둥 떠다녀요. 이게 간절함 없는 사람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4 요조 그러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민희님이 인터뷰하신 기사들을 찾아 읽었는데요, 철학자 최진석 선생님 인터뷰 가운데 그런 말씀이 있더라고요. 봄이라는 것은 사실 실체가 없다. 새싹이 피고 꽃이 피고 아지랑이가 피고 온도가 따뜻해지는 등의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합쳐서 우리가 봄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그걸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우리에게는 봄이라고 일컬을 개념도 필요하다는 것을요. 저처럼 너무 하나하나를 주목하다 보면, 그러니까 새싹이 피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아지랑이가 피고… 이런 것에 하나하나 주목하다 보면 이런 현상들이 만들어내는 봄이라는 더 큰 실체를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세대를 정의한다는 것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필요한 개념이라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였어요.
87 길을 가는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해도 그의 인생이 빛나 보이도록 할 수 있다는 김민희의 무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그것은 스스로 표현한대로 포장의 기술일까. 그것은 엄밀히 말해 선택의기술이라고 해야 더욱 정확해 보인다. 꼭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볼 줄 알고 믿을 줄 아는 기술 말이다. 그는 회의와 실망을 거듭하면서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별 수 없이 사랑하고 또 긍정한다. 그 사랑과 긍정에 항복했기 때문에 1천명이 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한 사람을 5년 동안 상대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인터뷰 | 김소연(뉴닉 대표)
105 요조 (나라는 수수께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개인의 영역을 생각하게 돼요. 내가 어디까지 고통을 느끼는지. 그 고통을 느끼는 데까지가 나의 덩치가 되는 것인지.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덩치라는 것은 사람의 감수성에 따라 너무나 다르게 설정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게도 ‘개인의 시대’라는 말은 이래저래 결코 간단하지 않은 말입니다.
106 김소연 이것은 어떤 기본 원리에 따라 운영되느냐의 문제인데, 이 기본 원리라는 것에는 그걸 만든 사람들의 가치 우선순위가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개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 간의 정렬을 딱 맞춰서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측면이 있지만 또 그만큼 높은 강도의 고민과 헌신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반대편의 조직문화, 즉 수직적이기는 해도 딱 몫을 정해두고 그만큼을 해내길 요구하는 쪽에도 그 방식에 따른 가치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iOS에 안드로이드 앱을 깔려고 하면 버그가 생기잖아요. 그런 식의 호환상의 오류를 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위계질서가 굉장히 뚜렷한 수직적인 기업이라면 정확히 업무를 주고 딱 그만큼만 하면 충분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고 기업에 대한 헌신이나 애사심 같은 것까지 요구한다든지, 무척 개방적인 분위기로 보이는 회사에서 말로는 회사의 비전과 함께 개인의 비전도 같이 실현하라고 하고는 실제로는 보수적인 행태를 보인다든지 하는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저는 기업들이 어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업의 체계를 만들어나가는지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람들은 자신과 맞는 기업을 알아보고 선택하여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 최은영(소설가)
133-134 최은영 3학년 때까지 <석순>에서 활동했는데, 그 시간이 정말 고통스럽고 괴로웠어요.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그 일이 백신 접종 같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비록 몹시 힘들었지만 그때 여성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삶이 훨씬 더 힘들어졌을 것 같아요. 당시는 새로운 관점이 생기다 보니 보이는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141-142 최은영 그런데 지금 저에게 누군가 ‘너는 왜 태어났니? 너는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이제는 이렇게 답할 수 있어요. ‘나는 배우러 왔어.’ 이렇게요. 삶을 성공이나 실패 같은 말로 흔히 정의하잖아요. 그런 기준에서 봤을 때 저는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어요. 그래도 ‘나는 배웠어’라는 인식이 제게 매우 큰 위안이더라고요. 그리고 어떤 일들을 경험하면서, 그 일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지 않고, 전부 하나의 경험이고 배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돼요.
151-152 최은영 결국에는 항상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외부세계를 대하는 방식으로 연결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저는 되게 진부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돌아보면 제가 저를 가장 미워했을 때, 제가 주변 환경과의 관계가 가장 안 좋았고요, 타인들과의 관계도 최악이었어요. 당연히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가 없었고요. 저에 대해 용납하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