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씽킹
📝 감상
내가 일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들, 내가 일하는 방식을 언어화해준 책. 에디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에디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책갈피
9 “편집은 결국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고, 사실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행위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에는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의미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13 이해할 수 없는 소음은 고통이지만, 의미가 이해되면 그때부턴 제법 들을 만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의미를 손에 쥐면 같은 현실을 다르게 살 수 있었다.
13 외부의 인풋을 빠르게 소화해서 정보 관계를 재배열한 뒤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일을 좋아하게 된 건 이런 생애 초기 밑그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14 설사 종이 잡지가 사라진다 해도 정보와 맥락을 다루는 에디터라는 직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에디터가 하는 일은 다이내믹해지고 넓어질 거라고.
15 이제 예술적 질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 니콜라 부리요, <포스트프로덕션>
16 현실의 양상이 달지지 않아도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다른 현실을 살 수 있었다. 삶은 데이터의 축적이 아니라 편집 결과의 축적이니까.
17 중요한 건 자기 서사고, 의미 부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17 자아상은 자신이 겪은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 부분에 주목하고 맥락을 만들어서 의미를 덧붙인 기억의 모둠이다. 다시 말해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나에 대해 편집된 이야기‘다.
18 지난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다.
26 나는 에디토리얼 씽킹을 이렇게 정의한다.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세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
29 위의 놀이에서 경험한 것처럼 에디팅은 의미화되기 전의 ’잡음‘ 속에서 특정 정보에 주목해서 ’신호‘, 다시 말해 의미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같은 현상도 어떤 정보 관계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다른 신호가 된다. 자신이 선택한 의미와 메시지가 동시대 독자의 마음속 인식의 지형도에서 어디쯤에 위치할지 예측하면서 내용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잡지 에디터들은 보통 시대 흐름에 민감하게 깨어 있다.
32 사물이나 현상을 낯설게 보면서 질문을 찾아내는 능력,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개별 재료들을 연결하는 능력, 필요한 정보를 어디 가야 얻을 수 있는지 아는 노웨어 know-where, 노후know-who 능력, 컨셉을 정확히 설명하는 능력, 자신의 창작물이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위험은 없는지 데스킹하는 능력, 어떤 헤드라인과 이미지를 써야 주목도가 올라갈지 판단하는 능력 등 에디팅은 종합적이고 메타적인 사고 행위다.
33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고, 사실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행위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에는 우리를 더 높은 차원의 의미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
35 에디토리얼 씽킹이 핵심 엔진이고, 필요에 맞춰 입력 재료만 바꾼다는 감각이 있을 뿐이다.
37 설득력은 에디토리얼 씽킹의 중요한 실용적 가치이지만, 내가 업에 대해 가장 자긍심을 느끼는 부분은 에디토리얼 씽킹이 우리를 능동적 해석자로 만들어준다는 데에 있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바깥의 자극, 정보, 현상과 스스로를 분리시키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갖는다는 뜻이다. 이 과정은 높은 수준의 관여와 복잡한 사고 과정을 필요로 한다.
37 이처럼 새로운 의미를 빚어가는 행위는 지각, 패턴 인식, 연상, 범주화, 기억 검색, 추론, 맥락화 같은 복잡한 인지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1. 재료 수집: 가능성을 품은 재료 찾고 모으기
41 가치가 대상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좋은 눈을 가지면 어떤 재료든 좋은 창작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된다.
42 방점은 ‘모으기’가 아니라 ‘알아보기’에 있다. 의미가 될 가능성을 알아보면서 수행하는 수집의 힘이 센 것이다.
54 분류와 의미 부여는 언제나 다음에 벌어지는 일이다. 잡지 에디터로서 훈련받은 능력 중 가장 감사히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잡다함을 문제시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무는 법을 배운 것이다. 당장은 잡음처럼 들려도 언젠가 그 안에서 희미한 신호가 들려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보는 태도, 카오스 안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질서가 있을 거라는 믿음.
2. 연상: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60 정리하자면 외연적 의미는 하나로 고정된 반면 내연적 의미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고, 유동적이며,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61 “아이디어는 네트워크다! An Idea is a Network” 새로운 연결이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는 것이다.
63 연상은 재료에 내포되어 있던 의미의 경로를 발굴해서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높인다.
64-65 연상을 풍성하게 펼치려면
- 이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대상을 재료, 하위 속성으로 해체한다.
- 이것은 어떤 감각적 특징이 있나? 감각적 특징에 주목한다.
- 이것의 기능과 쓰임은 무엇인가? 기능과 쓰임의 맥락, 사회적 함의에 주목한다.
- 관련한 인물, 장소, 사물, 작품이 있나? 관련된 인물, 상품, 장소는 없는지 생각한다
- 동의어, 유의어, 상위어, 하위어, 반어가 무엇이지? 동의어, 유의어, 상위어, 하위어, 반의어를 떠올린다.
3. 범주화: 유사성과 연관성 찾기
78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두 대상의 연결고리를 알아보고 가시화하는 능력이 곧 창의성이라는 의미다.
82 A의 구조를 빌려서 그와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B에 적용하는 능력은 기존의 정보를 새롭게 조합하는 모든 이에게 유의미하다. 친숙함에서 새로움으로 도약하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87 관계를 알아보는 능력이란 결국 자신만의 언어로 본질을 규정하는 능력, 유사성과 연관성을 알아차리는 능력, 분류 기준을 정하는 능력일 것이다.
4. 관계와 간격: 목적에 맞게 적정 거리 조정하기
92 에디팅은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붙일지 선택하는 일, 다시 말해 재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적, 심리적, 논리적 거리와 간격을 다루는 일이다.
93 익숙함과 명확함, 낯섦과 모호함이라는 두 원소를 손에 쥐고 목적에 맞춰 적정 배합 비율을 찾아내는 일. 나는 그것이 에디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107 이 놀이 역시 단어(정보)가 품고 있는 연상 그물망을 활성화시킨다. 단어(정보)는 모양, 색, 촉감, 크기, 기능, 소리, 일반적으로 위치하는 장소, 움직임, 습성, 범주, 상징성 등의 다양한 갈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 갈고리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연결 가능성이 높은 재료나 개념을 유연하게 찾아낼 수 있다.
5. 레퍼런스: 새로움을 만드는 재배치, 재맥락화
114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결국은 ’자기 것‘을 만들어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116 1단계는 ’확인과 기억‘이다. 자료에 담긴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알압로 수 있고, 본인이 찾는 정보가 그 안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지 수준이다. 2단계는 ’이해와 적용‘이다. 텍스트의 구조를 잘 파악해서 핵심을 요약하거나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는 상태다. 요약이 이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3단계는 ’비평‘이다. 텍스트가 치ㅜ하는 입장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본인의 견해를 말하고 적절한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단계다. 마지막 4단계는 ’종합과 창조‘다. 많은 자료와 정보를 종합하고, 중심 주제나 컨세브로 서로를 연결시켜서 새로운 의미나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단계다.
116 독해력, 유추력, 정의 능력, 연상 및 변형 능력, 정보 조직력… 하나같이 창조적 작업에 필요한 역량이다.
121 다시 말해 겉으로 드러난 스타일이나 현상만 취한 것이 아니라 이면에 흐르는 의도, 구조, 상징, 패턴을 읽음으로써 레퍼런스를 자기화했다고 볼 수 있다.
122-124 SCAMPER 기본으로 변형시킨 질문 목록
- S(substitute) 대치하기
- 무엇을 대신 사용할 수 있을까?
- 여러 요소 - 재료, 장소, 인물, 조형, 서사, 상황 등 - 가 대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다른 시대 배경이라면?
- C(combine) 결합하기
- 무엇과 결합할 수 있을까?
- 따로 떨어져 있는 두 재료의 부분을 조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여러 레퍼런스들의 공통점을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차이점을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 A(adapt) 적용하기
- 해당 레퍼런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지? 그와 비슷한 작업이 뭐가 있을가?
- 해당 레퍼런스가 빛나는 이유가 뭐지?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다른 레퍼런스에는 없나?
- 해당 레퍼런스에서 기능하는 요소를 만약 내 주변에서 찾는다면?
- M(modify, magnify, minify) 수정하기
- 주어진 상황, 물건, 특징, 내용을 바꿀 수 있을까?
- 단순하게 만든다면, 복잡하게 만든다면?
- 크기를 키우거나 작게 한다면?
- P(put to other uses) 다르게 활용하기
-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
- 해당 레퍼런스의 목적이 1에서 2로 바뀐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 원래 목적대로 쓰지 않고 완전 새로운 목적을 부여한다면 어떨까?
- E(Eliminate) 삭제하기
- 무엇을 삭제할 수 있을까?
- 해당 레퍼런스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 - 재료, 장소, 인물, 조형, 서사, 상황 등. - 에서 만약 하나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 R(rearrange) 재배열하기
- 어떻게 재정리할 수 있을까?
- 해당 레퍼런스의 순서를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 해당 레퍼런스의 구성과 체계를 70%는 그대로 두고, 30%만 바꾼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꿀까?
- 해당 레퍼런스의 구성과 체계를 아예 다른 레퍼런스로 가져가면 어떨까?
6. 컨셉: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한 뾰족한 차별점
128 첫 번째 문장은 ‘하고 싶은 말의 내용 what to say과 그것을 담는 그릇 how to say 이 잘 호응하도록 정렬하는 기준점이 컨셉이다.’ 콘텐츠 제작은 세부를 모으고 엮어서 더 큰 전체를 만드는 작업인데, 이때 각 세부가 제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으면 메시지가 흩어진다. 매체에 올리는 요소들이 모두 한 방향을 보고 달리도록 지향점을 찍어주어야 하는데, 컨셉이 그 역할을 한다.
130 “이 콘텐츠를 본 사람이 마지막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품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도 자주 던진다. 어떤 상태에 놓인 사람ㄷ르이 이 콘텐츠를 보길 원하는가?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거나 영상 재생을 멈출 때 그들에게 어던 감정이 남기를 바라는가? (…) 이렇게 수용자 자리로 건너가 아등바등 감정이입하면서 그들 머릿속에 담아주고픈 알맹이를 발견한다.
130“이 콘텐츠를 본 사람이 친구에게 추천할 때 어떤 설명을 하면서 소개할까?”라는 질문도 좋다. 콘텐츠의 차별점이나 핵심 편익을 스스로 이해하고 있을 때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던졌는데, 자기 안에서 돌아오는 대답이 미진하다면 아직 인지적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봐도 된다. 이럴 땐 컨셉을 더 고민하는 편이 낫다.
136 이렇듯 내가 보는 ㅇㅇ의 의미는 ㅇㅇ라는 관점이 세워지면 형식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컨셉이 필요한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의 내용과 그것을 담는 그릇을 잘 정렬시켜서 궁극적으로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않은 빈 땅에 내 콘텐츠를 위치시키기 위함이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기억되고 선택받도록 하기 위해서. 컨셉은 톡톡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보는 ㅇㅇ의 의미는 ㅇㅇ‘라는 선언 뒤에는 그 생각을 검증하는 시간을 갖는다. (…) 컨셉 도출에 가장 필요한 역량을 재치가 아니라 끈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깃발을 꽂ㅇ르 수 있는 빈 땅이 봉리 때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끝까지 자문자답하는 끈기가 기억되는 컨셉을 만든다.
7. 요점: 핵심을 알아보는 눈
139 바이라인의 무게는 금세 체감된다. 이름을 걸었는데 부끄러운 지면을 만들 순 없는 일이니까.
141 핵심을 알아보려면 먼저 중심 메시지 혹은 주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중심 메시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내용을 ’요점‘이라 부른다면 ’디테일‘은 요점을 뒷받침하는 세부 정보, 예시, 묘사 등을 일컫는다.
141 자료를 보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뭘까?‘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업무가 생겨난 배경 상황과 업무 목적을 간므해야 한다. ’중요하다‘는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맥락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142 상위개념화와 동시에 벌어지는 일이 구조화다. 이해가 쉬운 콘텐츠는 논리적이고 일관된 구조를 띤다. (…) 이렇게 요약은 자료의 원래 속성을 유지하면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과 구조를 재구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다.
144 상황 따라 다르고 살마 따라 다른 유동적 세계에서 순간순간 맞춤형 퍼포먼스를 내는 존재. 그렇게 하기 위해 ’나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 ’그에게 중요하리라 여겨지는 정보‘, ’이 순간 필요하리라 여겨지는 정보‘를 소중히 여기는 존재.
145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에디터 업의 아름다움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건너가보는 순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나에게 잡지 바이라인은 ’제 이름을 걸고 당신 생각을 참 많이 했답니다‘라고 고백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9. 객관성과 주관성: 주관적인 것의 힘
153 정보는 언제나 다면적이다. 네트워크처럼 여러 갈래로 교차하는 문맥 안에서 사물, 사건, 인물은 전방위적으로 의미를 뿜어낸다. (…) 에디터적 사고력은 정보를 해석하는 자로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위치와 관점을 의식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156 첫째, 같은 정보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늘 머릿속에 새긴다. 그래야 정보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발견하는 연습, 연결고리를 풍성하게 만들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159 아이디어 수면 아래에서 은밀하게 흐르는 믿음, 그것이 곧 관점이고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가 당연시하는 생각 중에는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도 많다. 사회가 주입한 관점이나 타인에게 들은 말이 프레임이 되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독창적인 관점을 갖고 싶다면 이런 프레임을 의심하고 바꿔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요령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당연시하는 전제를 찾은 뒤에 “정말 그럴까?”라고 덧붙이면서 가급적 많은 문을 열어보는 것이다.
163 같은 정보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 기억하기, 해석하는 자로서 자신의 시점 의식하기, 장소와 의미의 관계 이해하기, 당연시하고 있는 전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검증하기…
165 세상을 보는 당신의 두 눈, 정보를 해석하고 세상과 호응하는 당신의 방식은 귀하고 소중하다. 뛰어나서가 아니다. 화려해서가 아니다. 유일해서다. 당신이 이 세상 누구와도 같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렇다. 그러니 부디 질문하기를, 입장을 갖기를, 드러내기를!
10. 생략: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
173 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기 때문이다.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익명서은 가장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다.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173 객관성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객관적 관점이란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기 joint-attention’로 서로 약속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객관성이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합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 김정운 <에디톨로지>
174 객관은 완전무결한 절대 진리가 아니라 동시대 다수가 합의한 임의적 약속다. 어떤 생각이 객관으로 여겨진다는 것은 그것을 수용한 사람의 숫자가 많다는 의미다. 다수의 합의를 얻는 이유는 여럿일 수 있다. 꼭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생각이 논리적이고 탁월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저 노출 빈도가 높고, 오랫동안 당위로 여겨졌고, 명성과 권위의 후광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반대로 처음에는 미미했던 누군가의 주관이 끈기 있는 설득으로 객관이 되기도 한다.
174 결국 설득의 문제다. 주관은 열등하고 객관은 우등한 것이 아니라 모든 건 주관의 산물인데, 어떤 주관은 여러 이유에서 설득력을 가져 보편의 차원에 자리 잡는다.
175 내 관점, 믿음,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나 아닌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내려고 애쓸 뿐이다.
180 글쓰기는 덩어리진 감정과 생각을 끈기 있게 관찰해 원소 단위로 호명하는 작업이다. 성분을 알아보고, 이름 붙이고, 맥락을 이해해야만 정리할 수 있다. 이러니 어떻게 쉬울까.
181 하지만 창작을 하려면 어느 순간에는 주장으로 도약해야 한다. 어떤 정보를 취하고 어떤 정보를 버릴지 선택하고, 그 결정을 바깥으로 드러내야 한다. 자신이 전방위에서 수집한 정보가 모두 동일하게 의미 있다고 여긴다면 무엇도 주장할 수 없다.
182 명확한 아이덴티티, 일관된 맥락과 서사, 날렵한 각을 가진 이들은 ‘무엇을 하지 말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고, 자기만의 대답을 가지고 있었다.
190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선 먼저 자기만의 정의를 가져야 한다. 애초에 일을 시작한 목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
11. 질문: 좋은 질문 만드는 법
198-199 첫째, 상대와 상황에 반응하는 현재의 나 자신을 존중한다. ‘너무 사소한 질문 아닐까’, ‘사적인 질문이라고 기분 상하면 어쩌지’, ‘뜬금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같은 자기검열을 내려놓고 궁금하다면 일단 묻는다.
(…) 직관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자기검열 없이 궁금한 것을 물을 때 대화의 진동이 깊어지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201-202 상대의 오늘을 만드는 데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사회적 가닥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 가닥 중 한두 가지를 바꾸어보는 사고 실험을 하면 특정 상황에서 어떤 가치가 중시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의미화 경로를 보다 다각도에서 점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맥락을 감지하는 레이더와 의미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리더십 컨설턴트 매슈 커츠는 <맥락 지능>에서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영어 단어 콘텐스트 context 는 함께 엮다는 뜻의 라틴어 콘텍스테레 contextere 에서 유래했다. 콘텍스테레레는 테피스트리를 만드는 방법을 묘사할 때 쓰이는 용어였다. 맥락은 어떤 상황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묶인 독특한 구조를 말한다. 맥락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12. 시각 재료: 메시지와 비중러 사이의 거리 감각
211 앞서 설명했듯 편집은 재료들 사에 존재하는 미적, 심리적, 논리적 거리와 간격을 조정하는 일이다. 정보 사이의 간격이 좁으면 이해하기 쉬운 대신 지적, 미적 흥미나 자극을 느끼긴 어렵다. 반대로 정보 사이의 간격이 넓으면 독자가 유추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215 정보와 데이터를 지식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면 스스로 소화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215 경우의 수에 대한 앎이 쌓일수록 센서가 정확해지는 거라 믿는다. 데이터베이스는 양이 많을수록 힘을 발휘한다. 감각도 지식처럼 집적된다.
217 기존 언어로 쉽게 분류할 수 없다는 것, 모호하다는 것, 정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식의 영토에서 이전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땅에 발을 디뎠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220 프로덕트 싸움이 아니라 인식 싸움, 의미 부여 싸움으로 판이 바뀌면 이미 존재하는 재료를 새로운 관점으로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해서, 설득력 있는 산출물로 제작할 수 있는 인재가 아마도 점점 더 귀해질 것이다. 에디터에 대한 인식이 중구난방인 현실에서 이 책이 에디터가 무엇을 하는 살마인지 설명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221 그렇게 ‘밖’에서 열심히 재료를 수집한 후, 문을 닫고 자기 ‘안’으로 들어가 다듬고 깎고 더하고 삭이는 시간을 갖는다. 의미화를 마치면 시선은 다시 ‘밖’을 향한다. 자신이 찾아낸 의미와 내용을 감상할 상대방 입장에서 씹기 편하게, 먹기 좋게, 소화하기 좋게 하려고 온갖 기술을 동원해 성심성의껏 정보를 플레이팅한다.
221 그렇게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써내려가는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