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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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10 무언가 해내고 싶은 마음, 되고 싶은 모습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모습에 가닿을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괴롱누 일인지, 잘 몰랐다. 그러니까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는.
40 나는 그럴 때마다 겨우 이런 일이,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되어버리는 일이, 일생의 가장 기쁜 순간씩이나 되는 그런 삶을 결코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48 “내가 뒤에서 막아줄 테니까, 그때 오른쪽으로 차선 하나 옮겨요. 알겠지?”
49 “계속 직진. 그렇지”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펀펀 페스티벌
89 이찬휘가 너무 싫어 죽겠는데, 동시에 또 너무 부러웠다. 왜 나는 죽어도 할 수 없느 일을, 저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게 된 거지? 어째서?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의 차이리 뿐인데, 마음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내 마음은 대체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
90 어떤 사람은 전부 알아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데 왜 어떤 사람은 조금만 알아도 다 아는 것처럼 나설 수 있는 걸까. 어느새 핀 조명이 이찬휘에게로 떨어져 있었다.
94 나는 내 ‘쪼’대로 2절부터 부르기 시작했다.
✨공모
117 “난 더러운 사람은 취급 안 할 거야. 깨끗한 사람이 좋다. 허튼 일 안 하는 사람, 원칙대로만 하는 사람. 난 그런 사람들이 손해 보고 사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142 이 아이는 자기가 신입이라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자기가 찾을 수 있는 선에서 찾아본 다음, 자기가 알아낸 것이 맞는지를 확인받을 것이다. 찾아도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할 것이다. 동시에 가르쳐달라고 할 것이다. 가르쳐주면 한번에 알아듣고 비슷한 건에 대해서는 응용해서 적용할 것이다. 물론 필요한 사람들의 확인을 구두와 서면으로 모두 받은 다음 진행할 것이다. 절대 자의로는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을 잘 쓸 것이다. 누가 읽어도 말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메일과 문서를 쓸 것이다. 누가 읽어도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는 한심한 글은 자신의 문장으로 재구성해 누가 봐도 명확한 글로 다시 바꾸어놓을 것이다. 누가 누구의 위에 혹은 아래에 있는지를 늘 유의하고 정보가 오가는 순서를 배열할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할 것이다.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번에 거쳐 하고 있는 게 있다면 과정의 비효율을 내게 건의할 것이다. 그걸 단축시키고 남은 시간에 새로운 일을 찾아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되는지 확인받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시장의 흐름을 젊은 시각에서 읽고 내게 귀띔해 나를 놀라게 만들 것이다.
조직 생활 17년차. 이제는 바로 알 수 있다. 좋은 주니어를 알아보는 안목이 내게는 있었다. 이런 애들은 결코 쉽게 만나볼 수 없다. 아주 가끔, 드물게 찾아온다. 몇년에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보석 같은 아이였다. 물론 김세원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그동안 나를 스쳐 지나갔던 반짝이는 아기 새들을 떠올렸다.
146 죄송하긴 뭐가 죄송하니. 네 미래가 될 수 없었던 내가 죄송하지.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게 찾아온 마지막 아기 새를 날려 보내고 싶지 않았다.
153 고작 그 음영 하나에 시시덕 거리고 십수년간을 들락날락하며 법인카드 갖다 바친 놈들이 한심한 놈들일 뿐. 애초에 거기까지만 싫어했으면 될 일이었다.
161 내가 더 잘 부탁해.
라이딩 크루
동계올림픽
255 나는 못 들은 척 자연스럽게 딴청을 피웠다. 방금 저 말은 무대 위 주연배우의 방백 같은 거다. 모든 사람에게 저 말이 들렸더라도, 모든 사람이 저 말을 들었더라도, 내게는 저 말이 들리지 않은 거다. 그렇게 약속되어 있다. 나는 그냥 귀 닫고, 입 닫고, 알아서 내것만 빨리 찍고 나가면 돼. 그렇게 애써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