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연기는 아니야
MBTI는 MBTI일 뿐이지만, 작가님과 같은 INFJ로서 공감하는 포인트가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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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람은 누구나 팩트와 스토리를 갖고 있따. 팩트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로, 그가 미간을 찌푸렸따 혹은 나지막이 작은 목소리로 꿍얼거렸다와 같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스토리는 어떤 사실에 개인적인 평가가 들어간 이야기로, 주관이 섞이거나 타인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 현상인 팩트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 팩트에 나의 스토리를 넣었고, 그 스토리가 만들어낸 감정이 올라오면서 다른 생각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27 실이 많고 근거가 약하다면 지금 당장 스토리를 멈추자.
53 내가 나를 지키겠따는데 칼이든 방패이든 양말이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양말아가씨로서 양말 쓰는 거? 괜찮습니다. 추천!

66 돈이 부족해 투잡을 하다보면 당연히 체력이 좀먹는다. 개인 여가는 물론 수면시간도 줄어 책방 업무만 했을 때보다 훨씬 예민해진다.
67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난한 건 당연한거니 불평불만 갖지 말라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 거꾸로 상사가 회사에서 너희 갈구는 게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그래도 넌 회사에서 4대 보험 내주잖아, 그만큼 월급을 맏으니 네가 그 정도는 갈굼 당해도 괜찮다고 하면 누에 불을 켜고 엄청나게 싫어할 거면서. 예술과 인디는 굶어야 진짜라 판단하는 사회가 참 야속하다. 책방 또한 빵집이나 카페처럼 ‘진취’와 ‘도전’을 가진 자영업 장소라는 것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내 마음이 과한 욕심일까.
73 멀쩡한 게 당연하다 생각했던 행동이 점점 다음 날 내 루틴을 망치지는 않을지, 건강이나 정신에 해가 되지는 않을지 심각한 내적 숙고를 거친다. 노화는 내겐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미지 영역인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사실 캔자스 외딴 시골집의 도로시와 토토처럼 노화 태풍에 휩쓸린 처지라니.
86 사회적 카멜레온은 사회에서 페르소나를 잘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성향상 밖순이보다 집순이가 더 많고, 나 또한 그러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 자신을 되찾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충전한다. 페르소나와 자아는 다르다. 내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해 혹은 연인이 나와 함께 있으면서 기쁘고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자아보다 페르소나가 더 우선시된다. 문제는 이 혼자의 시간이 찐 혼자가 아니라는 것. 신랑과 연애하고, 결혼하고, 살림을 합치고, 함께 생활하면서 내 진짜 모습과 신랑과 있을 때 페르소나가 섞이기 시작했따.
94 아무리 이 사람 때문에 내가 기분이 개똥망이고 뒷수습이 쓰레기 같아도 내 입장, 상대 입장, 제삼자 입장 다 고려해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감정에 휩쓸려 주관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내가 지금 화를 낸다면 그 사람이 받을 미안함과 난처함을 떠올린다. 불같은 화나 짜증이 오는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내 말과 행동에 모순은 없는지, 내가 분노를 느끼는 게 감정 과잉이나 비합리적인 건 아닌지 장고를 거듭한다. 그런 식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면 어느새 조금씩 상대방의 민폐를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찌?’에서 ‘그럴 수도 있지’로 바뀐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한 번 더 기회를 주자.’하며 다음엔 그렇지 말라 상대에게 온화하게 설명하고 마음속 손가락 카운터를 세는 걸로 나의 분노는 사그라든다.
95 이렇게까지 내가 너에게 무엇이 기분 나쁘고 아쉽다 설명하며 기회를 줬는데 그따위로 행동한다는 것은 나를 노답으로 생각한다는 걸로 받아들이니 내 선을 마구 넘는 당신과는 더 이상 못 지내겠다는 정리이다. INFJ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도어슬램.
95하지만 내겐 내 선이 가장 중대하다.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협력자는 바로 나 자신뿐이니까. 내가 나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내 마음을 보듬어 주겠는가. 나에게 예의 없고 무례하게 굴며 내 선을 밟는 사람보단 내 정신이 훨씬 더 소중하니까.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내 선도 중요하고, 그들도 실수라는 걸 할 수 있으니 3번 참는 삼진 아웃제도 중요하고.
102 그깟 일 하나 망친다고 내 전부가 무너지는 게 아닌데, 도대체 난 왜 모든 업무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중요하며 실수하면 안 된다고 느끼는 걸까?
102 업무 시 문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더 꼼꼼히 일하는 게 1번. 모든 걸 잘 해내려고 애쓰지 말자, 중요하고 안 중요한 건 분명히 존재한다 되뇌는 자기 긍정 2번. 마지막으로 이거 하나 잘못했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게 돌 던지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 인지 3번. 살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생각하자. 부정적 망상은 공황장애의 지름길이다.
105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치관을 정립하고 있나. 시작은 살인자는 나쁘다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점점 무엇이 진리이고, 옳은 세상은 무엇에서 시작되고 귀결되는지 고찰은 확장된다.
107 이 세상을 지키고 돌아가게 만드는 구조와 메커니즘을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와 메커니즘이 타당한지, 정말 옳은 건지 자꾸 의심하게 된다. 내 머릿속에서 이 상반된 의견이 부딪히니 그야말로 모순이다. 아휴, 내가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
112 하루는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이치라며 감탄과 감사를 연발하다가, 다른 하루는 이따위 썩어빠진 세상은 더 이상 필요 없으니 인류 반절은 멸종해야 한다며 저주를 퍼붓지 않나. 하루는 예수였다가, 하루는 히틀러였다가.
113 너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관심과 생각 하나하나가 모여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해갈 수 있는 나의 동기가 된다. 의욕도 생기고, 욕심도 생기고, 더 나아가 나를 성장시키는 하나의 불씨로 가슴 속에 자리 잡게 되는 거고. 불씨가 점점 커지면 엄청나게 큰 화력이 되는 건 시간 문제고.
123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바른말, 곧은 생각, 선을 넘지 않는 정제된 유머 감각. 꾸준히 처음과 같은 모습을 보여줘 가식이 아닌 진짜라는 걸 보여주면 어느새 당신은 INFJ의 마음속 호수에서 어푸어푸 헤엄칠 것이다.
123 신념의 기준이 특정한 지침이나 규정이 있는 게 아니라 순전히 자신과 결이 비슷한 사람이냐가 관건.
125 두 경우 모두 중요한 건 결이다. INFJ에겐 상대의 결이 가장 중대하다. 내 이상과 꿈, 가치관을 털어놓아도 상대가 비웃지 않고 편견 없이 대해주는 것. 내가 가고픈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수 있게 함께 논의해주고 함께 발맞춰 나아가주는 것. 내가 배우고 싶거나 본받고 싶은 점이 있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결이라는 건 별것 아니다. 상대의 현재 화려하고 떵떵거리는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10년 뒤, 20년 뒤에 나타날 발전 가능성 있는 잠재력을 말한다.
127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던 대로 INFJ는 선의의 옹호자라고 많이 불립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INFJ는 의미와 가치의 옹호자입니다. 나와 타인, 세상과 연결된 것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거. 그 가치 하나를 이루기 위해 행동들이 파생되는 거지요.
127 전 그저 INFJ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을 본인의 이득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라멩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129 1인분 역할을 잘하고 싶어 신중한 네 마음을 잘 안다고 어루만져주고 싶었습니다. 몇몇 이들에게 그들의 심란한 마음을 덮어준 따스한 솜이불 같은 책이 되길 바랍니다. 가끔 세상 살기 힘들다 생각 들 때 제 책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씁니다. 여러분의 매일매일이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