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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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A 작업자로 살아가기
19 어쨌든 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 약간의 불안함과 조급함이 늘 인생 기저에 깔려 있었다.
29 이름은 별것 아닌 듯해도 정말 큰 힘이 있다. 살고자 하는 방향대로 멋진 이름을 지어 활동하니, 몸과 마음이 이름에 걸맞게 살게 된다. 남들에게 불리기 위해 이름을 만들고 보니 인생의 다른 문이 열린 느낌이랄까.
35 모든 창작 행위가 노동이듯이 모든 노동 또한 넓은 범위에서는 창작일 것이다. 무의 상태에서 유의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어찌 창작이 아닐 수 있을까. (…) 그 결과물이 경우에 따라서 작품으로 대접받지 못할 뿐이다. 노동이 창작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점과 창작이 노동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 간극 사이에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57 일잘러의 공통점
-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 같은 일을 두 번 하게 하지 않는다.
- 문제가 생기면 즉각 연락한다.
- 정산 및 세금 처리가 깔끔하다.
-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 사적인 주제로 말을 걸지 않는다.
- 일은 일에서 끝낸다.
61 이렇듯 기본을 충실히 지키기만 해도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점을 단골 업체 사장님들을 통해 배웠다. 언제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 프리랜서는 정해진 출퇴근이 따로 없고 모든 것이 자율에 맡겨져 있기에,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러나 애써서 하나씩 지켜가다 보면 건강과 신뢰 모두 얻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69 신기하게도 마음에 없어도 일단 행동을 하면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조금씩 몸과 마음에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
91 “한번 해봐야 알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해보지 않으면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94 ‘해보긴 하겠지만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94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나의 발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성장과 실패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95 그렇게 마음을 가뿐하게 만들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못하는 나의 상태가 좋았다. 그 말인 즉, 해볼 수 있는 게 많다는 의미니까. 그림을 오랫동안 그리고 꽤 잘 그리게 되면서 무언가를 잘하는 내 상태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내가 못하던 것들을 시도해보니 새로 시작하는 그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100 역시 일단 해야 한다. 해봐야 안다.
103 그 기준은 ‘자존심’이 센 사람을 찾는 거였다. 같은 일을 해도 진짜 욕심내서 하는 사람은 그 얼굴이 다르다. 자신이 제일 좋은 물건을 판다는 자부심으로 판매를 하는 사람은 기세가 등등하다. 조금만 이야기해봐도 알 수 있는데, 사람을 대하는 데 걸리는 것이 없고 부드러우며 호쾌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중엔 겉으로 보기에는 불친절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으나, 어느 정도 허용되는 선에서 까칠했던지라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물건을 하거나, 같이 일을 하면 뒤탈이 없었다.
104 ‘그럴 사람’은 자신의 태도로 만드는 것이다. (…) 나로부터 비롯되는 일을 끝까지 잘 책임지려는 마음은 세상 어떤 일에도 다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SIDE B 작가로 살아가기
129 간단히 신체를 이동시키는 것만으로도 다른 의지의 인간이 될 수 있다니, 인간은 참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존재 같기도 하다.
140-141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듯이 내 인생에도 최소 두어 번의 기회는 올 테니, 그 기회가 당도할 때 잡을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길러둬야 한다. 업계의 유행을 확인하되, 그 가지가 나에게도 뻗을 수 있도록 길을 잘 만들어놓아야 한다. 일단은 기본을 충실하게 익히고, 이후에 세상의 흐름과 나의 취향이 맞아떨이질 시기를 기다려보자.
148-149 가장 노력해야 했던 부분은 내 재능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재능을 보고도 무너지지 않을 정신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미술에 재능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두려운 일이면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좋은 것을 보면 잠들었던 뇌세포 중의 일부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149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명, 온도, 습도가 맞아야 하듯이 재능도 운과 의지, 감각 3박자가 맞으면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151 나는 그 철 뭉텅이가 크고 반짝이고 날카로운 칼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최대한 빨리. 철 뭉텅이는 말 그대로 뭉툭하고 거칠어서 몇 번 두드린다고 모양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 뜨거운 불길에 넣어 다듬기 좋게 만들어야 하고, 언제까지 두드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끝없이 두드려야 한다. 나의 창작 과정도 이와 같았다. 가끔 슬럼프가 오면 한눈을 팔기도 했지만 곧 다시 돌아와서 아무 생각 없이 철을 두드리기를 반복했다.
152 잘하는 것을 지속하고 새롭게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160 다양한 사람 그리고 그만큼의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작업의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169 개인 프로젝트에 타인을 연결시키는 것이 나의 치트키였다.
(…) 마감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를 타인과 함께하게 되면, 나의 성향 중에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부분이 발현되어 책임감을 갖고 일을 잘 마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182 20년 넘게 영감을 찾아다닌 결론은 ‘핵심은 태도’라는 것이다. 사소한 부분에서 폭발적인 자극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생활 관찰자로서의 태도로 사는 게 작업에 도움이 된다.
183 창작자들에게 서사는 작업을 시작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동력이 될 수 있다. 궁금하고, 알고 싶고, 그러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이미 창작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매일 쉽게 사랑해보려고 한눈파는 노력을 하고 있다.
193 빈 종이 앞에 선 창작자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그것에서부터 그 작가에 대한 존중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204 나와 같은 존재가 다수가 될 수 있는 모임을 찾는 것. 그것이 동료이고 연대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튀고 싶지 않아 태도의 평균값이 숨기인 관계가 아니라, 내가 혼자가 아님을 인지시켜주고 내 편을 들어주는 관계를, 살다 보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말이다. 독특한 특징의 존재들도 모이면 평균값이 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적절하게 안정을 찾으면 된다.
213 세상을 보는 방식과 마음을 풀어가는 방식이 좀 더 깊은 숙성의 시간을 맞고 나면, 어떤 매체가 되었든 작업의 의미가 일관되게 관통하는 지점이 생긴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탐구일 것이다. 작업을 해내는 작업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사람. 바로 작가 자신이다. 그리고 나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213-214 사실 별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여든 살까지는 살 텐데 이제야 30대에 들어선 나의 작업 세계가 미약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혹여나 요절할지 모른다고 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날을 대비해서 빠르게 만들어간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말이다. 천천히 조금씩 배우며 성장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작업과 함께 성장하면 된다. 나의 속도대로 세계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217 기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습득하기 어렵고 오늘 잘 익혀도 내일이면 잊어버릴 수 있기에,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어제의 습득을 반복하고 깨우치고 다시 돌아가며 느리게 전진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인생은 직선이 아닌 입체적 시공간 속의 나선형과도 같다고 말한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나선형으로 빙빙 돌아 전진하는 중인 것이다.
219 보이지 않는 성실들이 점으로 모여 곧 선이 되고, 선은 천천히 쌓여 면을 만들고, 그렇게 면이 쌓여 인생의 형태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선을 그어본다.
222 불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일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그 부당한 것들에 시비를 걸다가 결국은 싸움으로 끝을 보게 되었다.
대신 인생은 혼자 하는 긴 싸움이라 생각하고 혼자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고군분투하기로 마음먹었다.
229 원성을 살려 사는 사람들은 직면이 어렵지 않다. 창작의 시작은 곧 내면의 대화이고, 그 대화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계속 살펴보고 그 질문에서 촉발된 여러 주제들을 다루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세련됨을 찾는다. 반면 직면을 어려워하고 외면과 회피를 거듭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자기만의 ‘왜’라는 질문이 없다. 직면과 성찰, 반성으로 내면을 단단하게 만든 사람들이 빚어낸 작업물을 보고, 과정은 지우고서 그 껍데기만 쉽게 가져오고 싶어 한다.
231 ‘나는 왜 이걸 했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자신과 대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싫어하는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들을 마음에 잘 심어두고, 때때로 깨달음의 순간이 오면 그 심어둔 질문들이 싹을 잘 틔우고 있는지 확인하며 창작을 이어간다.
232 인생의 시기 중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시간을 갖고 생각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외양에 일관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 공허하게 만들 뿐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내 삶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등의 철학적 질문이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것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답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장한다. 인생은 결국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여정인 셈이고, 작가들은 그 도구로 창작을 선택했을 뿐이다.
238 매번 인생의 대작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 돈과 예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떤 태도를 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으로, 짧고 굵게 살 것인지, 길고 가늘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팬은 당신이 되도록 건강히 살면서 오랫동안 작업해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244 배현정 작가 노하우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내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는 애쓰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제지공장에 현장 방문을 했다가 본 문구를 종종 생각해요. “다쳐가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