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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쯤 잘 풀릴까요

2025-12-21 저자: 이보람, 곽민지, 이진송, 이미화, 윤혜은, 윤이나, 원재희 출판사: 일토

🔖 책갈피

59 내년에는 일 잘하고 분란을 만들지 않으면서, 내 성과 가로채지 않는 동료들과 일합니다.

60 내 최애가 선량하게 돈 벌면서 커리어 하이 갱신하고 개인적인 삶에서도 행복하게 지냅니다.

72 사주나 신점을 볼 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알고 있는 나’와 ‘해석’ 이 일치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맞고 안 맞고의 일차적인 판단보다 내가 어떤 것을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근거와 이유를 살펴보고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측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성찰하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73 결국 사주가 맞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정의를 섣불리 내려버리면,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오해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럴 때 사주는 해석의 도구로서 선입견과 관성을 강화할 수도, 균열을 내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주의 스토리텔링을 거치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서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가 좀 더 선명해진다.

81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타인을 판별 가능한 틀 안에 넣어서 이해하고, 관계에서의 위험을 줄이고 싶은 욕구 또한 만만찮다. 예측불허의 삶에서 인간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91 인생이 의지만으로 되지 않기에 삶에는 어느 정도 운명의 미중을 허락해야 한다. 해석이 주관적이라면 무엇을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일지도 선택의 영역이다.

99 “기다리는 사람과 그만두는 사람으로 나뉠 뿐이야.”

118 그들에게 신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안다를 옆에서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믿게 된다. 안다의 시간을 말이다. 우상 숭배는 절대 안 된다는 안다가 알면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믿는 절대적인 존재는 하늘에 계신 분이 아니라 안다가 쌓아온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127 근사하거나 큰 박수를 받는 결과물은 없었지만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1센티라도 더움직여보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중독되었다. ‘꿈’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고 그냥 어른이 된 이후에 그려보는 소소한 장래희망 계획표랄까. 장래희망을 달성하기보다, 장래를 희망하는 일을 지속하는 데 더 의의를 둔 방식으로 말이다.

128 나는 삶 한쪽으로 비켜 서 있거나 등지고 싶지 않았다. 삶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몸은 고돼도, 마음은 편했다. 삶을 수행하는 데 열심인 채로 있는 편이 오히려 내게 닥친 아프고 나쁜 상황을 잊는 데 도움이 되었다.

130 그래서 문득 이 삶이 지나치게 소중해지거나 지금 이루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욕심이 날 것 같을 때 나는 반대편에서 줄을 당기듯 되뇐다. 열심히는 하되, 너무 간절하거나 비장해지지 말자고. 조금씩, 천천히, 가볍게. 대체로 실패하지만 자주 기합이 들어가는 자신에게 제어를 거는 시도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적당히 유연하게 사는 것이 으뜸은 아니겠지만 너무 무거워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 나는 마냥 무리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너무 나이기만 한 채로 지내지 않도록, 나름의 줄다리기를 하며 지내는 중이다. 더 잘 살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내 사정을 들여다본 누군가는 다르게 물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꼭 그래야만 해? 생긴 대로 살면 되잖아.’

맞다. 하지만 알다시피 생긴 대로 사는 것도 딱히 쉬운 일은 아니다. 와중에 좀 다르게 살아보려는 노력이 말하자면 요즘의 미덕 같다. 다른 내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잊지 말자는 정도의 애씀이랄까.

134 하지만 내가 가장 눈치를 보거나 혹은 믿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태몽도, 타인의 입김도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나 자신이 곧 내 인생의 유일한 답이라는 생각에 한순간 기분이 근사해졌다. 지금이 오답처럼 보이더라도 이건 단지 풀이 중에 있는 답 답의 실마리인 셈 아닌가? 그렇다면 원하는 곳에 다다르기까지 때론 답답하리만치 느리게 흘러가는 속도도 봐줄 수 있을 것 같았다.

136 금부처에 싹이 트는 꿈: 시간을 겪을수록 강한 사람이 됩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분명히 알아내고, 그곳으로 향해갑니다.

140 그러니까 타로는 아직 오지 않은 운명보다, 이미 여기 자리해 있는 내 마음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144 “제발, 제발 스스로를 낮추지 마. 너만 모르고있어.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자꾸 네 단점만 보고 안 되는 일들만 생각하지 마.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널 더 존중하게끔 더 당당해져도 돼. 다른 사람들도 다 불완전한 존재고 변덕스러운 존재라는 걸 잊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네가 원하는 곳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걱정하지 말고 겁먹지 말고 널 한정하지 말고 그냥 너를 믿어.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너는 훨씬 더 대단하니까. ”

149 밖으로 드러나고 모두와 나누는 일상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만 알고 있는 만큼 변화하고 있는 요즘이. 그리고 어김없이 이런 순간엔 무리하고 싶어지니까. 과거의 나는 당부해둔 거겠지. 침착하라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머물러 지켜야 할 것들에 좀 더 에너지를 나누라고. 지금처럼.

155 타로에 관한 일기를 쓰고 나니 하루만큼의 일기가 꼭 한 장의 타로카드 같다. 혼자서는 아직 어떤 미래도 해석할 수 없는 단일한 하루. 하지만 내일이, 모레가, 한 달이, 1년이 쌓이다 보면 문득 내게 꼭 맞는 타로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오겠지. 그렇게 도착한 미래가 많다는 것, 그 미래는 늘 내가 기다린 모습이었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는다. 오늘의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199 친구들이 갓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고심해서 짓는 것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평생 불릴 이름은 사랑으로 지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