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상실을 살아내도록 하는 이야기

🔖 책갈피
138 “꼭 개라서가 아니다. 사람한테라고 다를 바 없지. 늙은이는 온전한 정신으로 여생을 살 수 없을 거라는… 늙은이는 질병에 잘 옮고 또 잘 옮기고 다닌다는… 누구도 그의 무게를 대신 감당해주지 않는다는. 다 사람한테 하듯이 그러는 거야. (…) 살아 있는데, 처치 곤란의 폐기물로 분류되기 전에.”
153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세계의 본색을 이미 충분히 확인하고 떠나온 길인데도, 아직도 그 이면은 한 점 온기를 품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168 무언가를 하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설령 그것이 가벼운 인사일지라도, 언제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요즘 같아서는 더욱 그렇다. 돌아서면 곧바로 자기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고 마는 일상이니까.
292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하나의 존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혼이라는 게 빠져나갔는데도 육신이 더 무거워진다는 것은.
340 (…)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 듯 싶었던 이 막내의 유일한 장점이 타인의 불행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라면 데리고 있으면서 쓸 만하게 키워보아도 되겠다고,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342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