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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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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2024-02-17 저자: 요헨 구치, 막심 레오 출판사: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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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갈피

27 인간이 등장하는 영화는 지루하다. 텔레비전에서 인간들은 거의 언제나 똑같은 짓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을 슬쩍 해치운다. 죽인 인간을 먹지도 않으면서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29 문명화되면 타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문명화됐는지 보여주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고 한다.사실 이런 행위는 다들 가슴 두드리며 잘난 척하는 고릴라 무리와 다를 바 없다.

46 “인간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야. 그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내 인간은 나를 위해 그렇게 하지.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 나는 그저 주인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해 낡은 나무토막을 따라 달리는 세상 곳곳의 개들을 상상했다. 또는 잘난 척하는 골드의 말에 따르면 배려하느라 그러는 개들을. 그러므로 배려는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 동물들에게는 아니다. 이게 사실이다.

47 내가 아는 한 인간들은 어제나 무언가를 한다. 무엇보다도 일을 한다. 일하고 또 일해서 결국은 숲을 쓰러뜨리거나 집을 짓거나 모래더미 세 개를 삽질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거나 어딘가에 구멍을 뚫는다. 이렇게 인간이 일을 많이 하니 인간이 아닌 생명체는 모두 골치가 아프다. 불안을 불러오고 평화를 깨니까.

59 하지만 인간들은 이렇다. 동물에 대해 멍청한 주장을 하고, 자신들만이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복잡한 말을 흩뿌리고는 본인들이 우월하다고, 세상의 통치자라도 된 것처럼 군다.

72 “너 정말 알고 싶구나. 그렇지? 영혼은… 뭐랄까. 죽지 않는 너의 일부야. 네 감정과 생각, 경험 등 네 존재의 정수지.”

89 여러분이 앵무새를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왜 가두는 거지? 사랑을 그런 식으로 보여주나?

91 인간은 인간과 비슷한 고양이를 갖고 싶은 걸까?

95 “많은 사람들이 죽으려고 해. 시도도 하고. 그걸 자살이라고 부르지.”

“자살이라니, 허튼소리!”

정말 그렇지 않은가. 나는 죽음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다. 그중 죽으려고 ‘의도한’ 생명체는아무도 없었다. 늙었거나, 아팠거나, 둘 다였거나, 혹은 잡아먹혔거나, 차에 치였거나, 얼어 죽었거나, 굶어 죽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00 죽은 사람과 함께 사는 느낌이었지만 골드는 죽지 않았다. 그렇다고 살아 있지도 않았다. 좀비와 비슷했다.

105 하지만 인간은 죽은 자를 위해 제대로 된 잠자는 장소를 짓는다. 무척 인상적이다. 인간은 돌에 많은 글자를 쓰기도 한다. 죽은 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거나 뭐, 그러기도 한다. 죽은 자들은 당연히 관심이 없다. 하기야 죽은 자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산 자들을 위해 그러는 거다. 안 그런가?

114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잃어버렸어?”

“어딘지 몰라! 그냥 관용적인 표현이야. 사실 ‘어디’는 중요하지 않아. ‘언제’가 중요하지. 특히 ‘왜’가 중요해. 마지막으로 ‘어떻게’도 중요하고. 삶의 의미를 어떻게 다시 찾을까?”

116 뭔가 하고 싶다면 해야 한다. 당장 하는 게 제일 좋다.

“재미도 삶의 의미야?”

141 “프랭키, 내 말 잘 들어. 난 사랑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해. 하지만 네가 사랑에 빠졌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돼. 그러니 네 털복숭이 엉덩이를 얼른 일으켜서 푸시넬카에게 가.”

150 나는 철저한 규칙을 지닌 수고양이다! 하지만 융통성도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규칙은 재미없고, 삶은 규칙 때문에 끔찍하게 복잡해진다.

156 어쨌든 나는 미리 대비하는 일이 별로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일 당장 늑대가 나를 잡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저장해둔 쥐는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흠, 멍청하게 견과나 감자나 뭐가 됐든 묻어두지 말고 사는 재미를 조금 더 누렸어야지.’ 어쨌든 내가 미리 대비했다가 그렇게 죽는다면 아마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176 인간은 작은 전화기가 부르자마자 그 작은 전화기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작은 전화기가 모든 것을 통제하니 어쩔 수 없다. 인간은 강아지처럼 그것에 복종해야 한다.

181 “우리가 올바른 서사만 고른다면 괜찮을 것 같아. 이런 식이지. ‘여기 수백만 마리의 다른 고양이들과 똑같아 보이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길고양이지요. 구슬픈 잡종 신세입니다. 귀도 절반밖에 없어 세상을 거의 듣지 못하고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하며, 늘 따돌림당합니다. 하지만 인정받고 사랑을 얻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웁니다! (…)”

182-183 인간은 다르다. 그들은 누구 외모가 어떤지, 그 사람의 직업이 뭔지 계속 이야기한다. 그게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어이, 프랭키. 너 못 생겼어! 어이, 프랭키. 너는 잡종이야! 어이, 프랭키. 넌 장애가 있어! 인간은 누군가의 나이도 늘 알려고 하고 거기에 대해 한없이 이야기한다.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누군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가.

230 “네가 하필이면 나를 만나서 안타깝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나은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바로 이게 문제다. 더 나은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

233 “린다를 생각할 때면 엄청나게 맛있었던 그 소스를 함께 먹던 그 장면이 가끔 떠올라. 참 우습지. 결국은 소소한 일들이 남아.”

236-237 살면서 다 괜찮아지지 않는다는 거야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운이 좋다면 아마 모든 것의 절반쯤은 괜찮아지겠지. 이게 바로 안 좋은 점이다. 살면서 모든 것이 정말 괜찮아지는 장소 같은 건 전혀 없다.

239 “(…) 잘 들어봐. 세상에서 골드만 우울한 게 아니야. 그건 확실해. 그런 사람이 꽤 있어.”

(…) “3억 5천만 명.” 교수가 대답했다.

241 하지만 정말 그 정도로 우울할까? 자기 자신을 해치우고 싶을 만큼? 우리가 아는 동물 중에는 없었다.단 하나도! 우리 동물들은 삶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리는 자살이 인간의 질병임을 깨달았다. 우리에게는 큰 수수께끼였다.

(…) 혹시 여러분은 너무 조금 자고 너무 많이 생각하나? 나는 거꾸로다. 거의 하루 종일 잔다. 잠깐 깨어서 두어 가지 일을 처리하고 다시 자면서 꿈을 꾼다. 이러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그다지 많이 보고 듣지 못한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세상사를 너무 많이 알게 되고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면… 혹시 병이 드나? 삶을 음울하게 보게 될까?

259-260 너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기분 전환이었어. 가장 짜증 나고, 가장 무지하고, 가장 아름다운 기분 전환.

260 내가 그냥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는 멍청이라면 좋겠어. 하루, 또 하루 살아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멍청이.

262 그러고는 ‘심리치료사’라는 사람이 “모임에서 생각을 나누니 기분이 어떤가요?”라고 항상 묻는다고 했다. (…) 흐음, 잘 모르겠다. 우울한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자기가 얼마나 우울한지 한없이 이야기한다니, 나라면 엄청나게 우울해질 것 같다. 하지만 골드는 우울해지지 않기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되거나 뭐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곳 사람들이 그를 도와줄 수 있기를, 그가 소스를 포함해 맛있는 식사를 받기를, 밤에는 텔레비전에서 뚱뚱한 남자들이 둥근 과녁에 화살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63 “내 생각에는 올 것 같아. 나 없이 그가 뭘 하겠어? 골드 혼자서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