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달라’에서 문장을 맺지 않고 ‘그렇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질문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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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달라도 함께 살 수 있을까
10 이곳은 문제를 일으키고도 그냥 남아 있을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내가 혹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곳이었다.
10 이곳에서 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고, 동시에 그렇게 다른 이들과 양보하며 발맞춰 사는 법을 익혔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보다, 다름을 가진 채 함께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공동체는 그렇게 쌓인 신뢰로 굴러갔다.
14 그 배움은 깔끔한 이론이나 화려한 말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과 작은 부딪힘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지혜가 이질적인 존재와 함께 살며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에, 다른 존재와 연결이 끊어지고 맺어졌떤 시간에, 그럴 때 들였떤 마음에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런 경험과 시간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 즉, 우리에게 필요한 생존-지혜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리 모두의 해방을 위하여: 비인간 동물과 함께 사는 인간 동물, <새벽이생추어리>의 무모
22 상대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는 건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겠다는 의미이자, 함께 발을 맞추고 걸어보겠다는 의미였다.
50 사실 시간을 그렇게 많이 들여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덕분에 책임감 있는 돌봄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53 그래서 인간만 중요하고 다른 동물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해요. (…) 그렇기 때문에 동등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현재 상황으로는 다 영향ㅇ르 받고 있죠.
57 비인간 동물이 해방된 세상에서야 인간 동물도 진정으로 해방될 수 있다고 믿어요.
60 아직도 일상 곳곳에 내가 배울 게 많다는 건, 그리고 그걸 깨우쳐 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배제된 자들을 위한 기도: 무지개 기독교인과 함께 사는 기독교인 <무지개신학교>의 오늘
71 <무지개신학교>는 기독교인 혹은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ㅁ와 그동안 기독교 내에서 터부시되었던 주제들을 다루며, 사회적 이슈에 기독교인으로서 응답하기 위한 공부와 활동을 지속했다.
74 배제당하고 부정당하고 쫓겨난 이들과 쫓아낸 사회를 위한 예배는 곧 우리 자신을 위한 예배이기도 했다. 우리 역시 청년, 여성, 비제도권 활동가 등의 이름으로 어디선가는 쫓겨난 이들 중 하나였으며, 동시에 쫓아내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89 저는 신학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 모습 그대로도 괜찮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 수 있는 언어 같거든요. 글니까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들을 설명할 수 있는, 그리고 연결시킬 수 있는 언어인 거죠. 저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91 그러니까 모든 인간은, 모든 존재는 신이지만, 그럼에도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 가운데 있고, 곁을 내주는 게 제가 믿는 신이에요.
93 그러면서 이게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겠구나 싶었고, 직접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일단 만나면 뭔가 시작되는구나.
95 당사자 정치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 사람만 하더라도 정체성이 너무나 다양하잖아요. 진우가 장애인으로만 정체화하지는 않으니까요.
97 그렇다면 그들에게 나타나는 하나님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거죠. 그들의 모습을 한 신을요. 그들의 모습으로 나타난 낯선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우리의 신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그때 우린 가축 혹은 유해 동물로만 느꼈던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어떻게 다르게 보게 될까? ‘우리’의 범위와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그런 게 궁금해요.
101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죠. 저는 ‘중도’라는 게 허상이고, ‘객관’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걸 깰 수 있는, 거기서 한층 더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주류 분위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거든요.
103 일단 스스로가 떳떳한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떳떳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왜 좀 더 어른스럽게, 차분하게 대처를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했거든요. 안 되더라도 그냥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말을 할걸. (…) 그땐 쫄아서 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내 삶을 당당하게 만들 수 있는 말을 매 순간 하는 게 중요하겠다, 그렇게 반성했어요.
108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윽박지른다고 해서 나도 그럴 필요는 없겠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섦여하고 차분히 이해시키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게 내가 더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밉든 싫든 지지고 볶으면서: 남성과 함께 사는 여성, <들불>의 구구
134 저는 그냥 뒤에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이걸 운동으로 정의하면, 뭔가를 해내는 사람들 뒤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134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저처럼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들불>에 계속 참여하시더라고요.
139 특별한 이론이나 근거를 댔기 때문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을 했기 때문에 존중받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ㅆ거든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말할 줄 모른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140 감정적으로 그 사람을 수용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 살마의 이론도 따르게 되는 거죠. 남자들도 사실 그럴 거란 말이에요. 이론이 이렇게 많은데 그중에 그걸 채택한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141 여자들과는 밉든 싫든 지지고 볶으면서 오래 엮이고 싶거든요. ‘감정적인 얽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얽혀 있고 싶어요. 그 사람이 나를 죽도록 싫어하고, 죽도록 욕을 하는 것도 어쨌거나 얽혀 있는 거잖아요. 그게 저한테 자원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힘도 돼요.
146 그런데 <들불>의 분위기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수용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계속 찾으시는 것 같아요.
149 멈춰 있지 않으려면 아무튼 용기를 내야 하는 것 같아요. 두렵기도 하지만 ,과정 중에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어요. 어리둥절하지만 걸어가고 있다는 거니까요.
150 사회 구조에서 문제점을 찾기보다는 쉽고 빠르게 중오할 수 있는 대상을 찾다 보니까 곁에 있는 여성을 증오하고, 잘 모르는 여성의 행동을 비난하는 게 아닐까 해요. 그러는 대신에 사회구조를 멀리서 좀아할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수 있게 된다면 함께 살 수 있겠죠.
154 서로의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대신 믿어주기, 필요할 때 도와주되 망설이지 말기, 옆에 서서 응원의 마음을 보내기. (…)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 깊게 들음으로써 믿어 주는,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라면 각자가 가진 정보와 해결 방법을 공유하는, 따뜻한 응원의 말로 서로를 북돋우는 그런 장 말이다.
어쨌든 다 이어지니까: 장년과 함께 사는 청년, <우주소년>의 현민
169 내가 잘 사는 것도 중요한데, 남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싶어요.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려고 하죠.
181 그런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힘든 것 같은데,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면 정체성에 대한 생각 없이 그 사람과 저의 공통 지점이 딱 드러나잖아요. 그래서 제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품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정체성만 두고 봤을 때 제가 다가가지 않을 사람이더라도 책을 통해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거죠.
183 이 서점에 오는 사람들은 자기를 위로해 주거나, 아니면 자기가 조금 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제가 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게 환대겠다. 편하게 찾고자 하는 걸 찾을 수 있도록요. 환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존재가 이 서점에 입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겨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따지거나 해석하지 않아도, 반겨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되게 기쁜 일이니까요.
193 어쩌면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살마이 있다는 것, 내가 어떤 책을 고르는 ㅎ애동이 나에게뿐만 아니라 책을 내준 곳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엉뚱한 곳에 온 게 아님을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우주소년>에서 받을 수 있는 환대인지도 모른다.
195 친구가 없어 지독하게 슬퍼 본 뒤에야 현민은 자신에게 나이를 초월한 여러 종류의 친구들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현민은 인터뷰에서 언제든 떠날 수도 있고 돌아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민이 어디로 돌앙로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건 현민이 떠나는 와중에 장년들에게 대화해 보자고 손을 먼저 내밀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외면하지 않고 대면함으로써 자기 손으로 돌아올 곳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곳은 <우주소년>일 수도 있고,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장년이라는 존쟁리 수도 있다. 그는 독일에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자신이 닦아 놓았던 길의 어디론가로 돌아갈 것이다.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 플라스틱과 함께 사는 환경 캠페이너, <그린오큐파이>의 윤지
203 그는 자기 삶에서부터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갔다.
206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 때문에 독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글을 쓰다가 필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윤지이ㅡ 인터뷰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이 인터뷰집은 고군분투하며 이질적인 존재와 살아가는 멋진 친구들을 소개하기 위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윤지는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머리를 싸매고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고,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풀어내고자 노력하면서도 생기와 재미를 잃지 않는 사람이다. 윤지는 나의 친구이지만, 나는 윤지를 그리고 윤지가 가진 지혜를 독점하고 싶지 않다.
211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 공간에 가면 지원군, 동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일을 할 때, 사회저긴 문제를 해결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혼자 하면 외롭잖아요. ‘왜 나만 이렇게 아등바등해야 돼?’, ‘왜 내가 생각하는 것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지?’라고 생각하면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로웨이스트숍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걸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213 그런데 사람들은 그게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죠. 생태계의 붕괴가 직접적으로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또한 쉽게 인정하지 않고요. 어떻게 자신과 그 문제들을 분리할 수 있는지, 그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해요.
215 “우리한테는 익숙한 브랜드, 당연한 생활습관인데 이게 여전히 새로울 수 있다는 게 충격”이라는 거예요. 저희가 너무 고여있다는 걸 확인한 거죠. 그래서 이런 게 있는지 모르거나 아니면 찾아갈 정도로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움직이는 소분 상점이 좀 더 문턱 낮은 옵션을 제공하게 됐어요. 쉽고, 재밌고, 예쁜 것으로 어필하면서요.
217 우리에게는 편리한 선택지가 너무 많아요. 그런데 움직임과 관련된 메시지들은 대부분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만 얘기해요. 선택을 제한하고 ,욕망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긴 하죠. 하지만 현대에 그렇게까지 효과적인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왕이면 좀 더 설득력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얘기하고 싶어요. 책임감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요.
218 네, 거북이 옆에는 ‘do the next small thing’이라고 적어놨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는 활동이 소소해서 빠르게 변화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작고 느리지만 우리는 이 방식을 추구할 거얘요. 이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223 최근 들어 협동 주택이나 코리빙 같은 주거 방식이 많아지면서 장녀스럽게 소분 상점과 접목되는 지점이 생긴 거죠. ’같이 사는 건물이나 공간에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232 그게 무한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리함을 선택하게 되고, 무한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선택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두 선택의 온도는 분명히 다르죠. 모두에게 감사함, 겸손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232 그러니 중요한 건 환경문제가 삶의 우선순위인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삶 속에서 녹여 내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235손쉽게 에어컨을 틀거나 플라스틱을 쓰는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른 방법을 찾는 것. 빠르게 몸을 차갑게 만들며 어떤 문제들을 외면하는 대신, 열기를 몸으로 받아들이며 조금이나마 소화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래서 내 삶과 이 세계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즐거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 내 삶을 녹색으로 점거하는 것이 곧 세계를 녹색으로 점거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아는 것.
237 <그린오큐파이>는 쉽고 예쁘고 재밌게, 우연을 빙자한 우연하지 않은 계기를 만든다. 살마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게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