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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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소설은 하지 않은 경험이고 살지 않은 삶이니까. 그런데도 분명히 내가 한 경험이고, 내 삶의 일부니까.
9 내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홀로 쓰는 것이 두려울 때, 나는 결국 읽는 사람들에게 기대고 만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증인이 되어주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10 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도 자주 마셨다. 가짜 커피, 가짜 맥주, 속으로 중얼거리며 몰래 웃었다. 어쩌면 소설이 그저 가짜 삶에 불과할지 몰라도, 얼음을 가득 넣어 아주 차가워진 유리잔 바깥으로 물방울이 맺히듯이 소설을 쓰거나 읽는 동안 소설 바깥에 맺히는 마음은 분명 진짜일 것이다.
이 책을 펼치면
18 이해받고 싶어서라는 걸. 지금의 네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너를 전부 이해받고 싶어서라는 걸.
샴푸의 요정
양 치과의원의 비밀
58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만큼 괴로운 게 있을까.
59 그나저나 해림은 정말 영특하다. 안 아프게 해달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불가능한 것을 가늠할 줄도 안다는 뜻이다. 가능한 것 중 제일 좋은 것을 바라는 만큼의 욕심이 소원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빅토리아 케이크
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
메타버스 학교에 간 스파이
타로의 지혜
131 무서운 걸까, 이 어둠이. 고양이처럼 훤히 볼 수가 없어서 겁이 나는 걸까. 그러면 불을 켜렴. 시야를 밝히고서 네게 무엇이 찾아오는지 똑똑히 바라보렴. 그리고 그걸 내가 어떻게 물리치는지도. 어둠 속에서 타로는 지혜를 바라본다.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다 잠든 인간의 무방비한 호흡이 느껴지면 우쭐한 기분이 든다. 역시, 너도 믿지? 내가 널 반드시 지켜줄 거라는 걸.
133 지혜가 다투는 인간들은 대개 정해져 있다. 타로도 잘 아는 인간들, 지혜가 사랑하는 인간들. 지혜는 자신이 마음 쓰는 것에만 상처받는다. 예전부터 그랬다.
142 깊은 밤, 타로는 잠든 지혜의 귓가에 속삭인다. 괜찮아. 다른 고양이가 와도 괜찮아. 나는 잘 알거든. 네가 몹시 닮은 날들을 보내더라도 결코 똑같은 날들이 아니리란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새로울 거야. 또 새롭게 슬프고, 아프고, 행복하고, 사랑할 거야. 그렇게 너도 알게 될 거야. 지워지는 게 아니라 쌓여갈 거야.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해질 거야. 어느 것도 멈추지 않을 거야. 나의 생이 멈춰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듯이. 그러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기쁜 일을 너무 겁내지 말렴. 잘 자, 안녕.
마담 G의 별자리 운세
153 “생각해보니 편집장님 말씀이 일리가 있더라고요. MBTI가 왜 그렇게 유행일까? 모두가 가장 기다리는 이야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 거구나. 지금까지 일어난 일, 앞으로 일어날 일,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누군가 말로 글로 풀어주길 기다리는구나. 그럼 별자리라고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
점심시간의 혁명
효정은 이제 진짜 뭔가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에너지가 향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었고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욕심이든 허세든, 진심을 담아서.
밀크드림
193-194 - 이 친구가 있어서 괜찮아요.
주영은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마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아가 정말 괜찮다는 걸 믿었다. 그리고 민아의 마음이 오래 지켜지기를 빌었다.
사랑의 탄생
214 “흙이요? 저게 흙인데, 얘도 흙이에요?”
어린이가 저쪽 화단을 손가락질했다. 관리소장이 보기에도 화단의 흙과 흙사람은 같은 흙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차마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고.
“얘는 그러니까, 흙더미인데…”
“얘 이름이 더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