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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유

2024-09-19 저자: 장인성 출판사: 북스톤

🔖 책갈피

7 이사하고 나서야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 많은 것들이 ‘환경’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환경이 달라지니 사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8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삶이란 이미 그 자체로 성공한 삶인 것이었다. 어딘가 불편하고 아프지 않으며, 스트레스 받거나 괴롭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지 않고 지나친 업무에 쫓기지도 않는 상태. 아무런 걱정과 불편 없음에 이른 상태. 이런 일상은 쉽지 않다.

17 몸이 느리게 나이 들면 마음의 나이도 중요해진다. 몸은 젊은데 마음이 늙으면 무슨 소용인가. 고작 이삼 년 어린 후배들에게 ‘너도 나이 먹어봐라’ 하면, ‘이 나이에 내가 어떻게 하냐’고 나이 탓으로 돌리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그만큼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고, 미래는 좁아지고, 하던 대로만 하고, 옛날 얘기만 하고, 그렇게 점점 더 늙어가게 된다.

17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젊은 분들을 많이 알고 있다. (…) 그분들은 겸손하게 세상에 호기심을 열어두고 새로운 걸 배우고 안 해보던 일을 해본다. 나이가 어리다고 아랫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걸 보고 듣고 자신의 오랜 지식과 경험을 업데이트하고자 한다. 자신의 굳은 믿음이 바뀔 만한 사건을 기다린다.

19 나이에 안 맞는(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짓을 기꺼이 하기.

21 초보가 된다는 건 세계가 넓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또 초보자가 되기로 한다. 초보자는 늙지 않는다.

30 타투를 하나 하고 나면 자꾸 생각하게 돼요. 다음엔 뭘 할까. 저는 그런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나에 대해 생각하는 거잖아요.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내가 나여서 괜찮을 것들을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의 고유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말이죠. 쉽게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104 독자님의 의지력이 유독 약한 게 아니라 원래 인간류의 의지력은 약하다. 싫어도 견뎌내는 의지력 말고 하고 싶은 힘, 즐거워하는 힘, 좋아하는 힘을 써야 한다.

107 그리고 초보인 나를 기꺼이 견뎌야 한다.

114 이별을 통해 사랑을 배우는 것처럼, 이사를 반복하면서 나다운 집을 알게 된다.

118 ‘사람이 콘텐츠가 있어야지.’

그래,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는 경험을 자산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닌가. 도쿄에서 1년 살고 온 경험도 참 소중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제주에서 1년 살아보는 경험. 그래, 해야겠다. 그 경험 내가 가져야겠다.

119 이사로 생길 어려운 일들을 이렇게 길게 적어본다고 해도, 이건 다 그냥 작고 작은 일일 뿐이다, 제주에 1년 살아보는 큰 경험에 비하면. 이 작은 일들로 고민에 빠지면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큰 변화 같은 건 애초에 도모할 수 없다. 큰일이 맞으면 작은 일들은 맞추면서 가는 거다.

123 여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 여행에서 경험하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제주에 온 나는 1년짜리 여행자, 제주에 살면서 그동안 나를 이루고 있던 당연함을 발견하게 된다.

124 ‘당연하지’라는 말이 얼마나 주관적이며 일방적인지도. ‘언제나 모두에게’ 당연한 것은 얼마 되지않는다.

여행하는 동안 ‘왜 다른가’를 묻다 보면 ‘무엇이 같은지’도 깨닫게 된다. 다르게 나타나는 겉모양 - 껍데기들,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하나씩 치우다 보면 비로소 사람 사는 본질이 드러난다. 우리는 모두 안전하고 싶고, 편하고 싶고, 배부르고 싶다. 나라마다 집의 재료와 모양새가 다르고 주로 먹는 음식의 맛도 다르지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안전하고 배부르게 한다는 기본 원리는 똑같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이런 것들뿐이다. 우리는 즐겁고 싶고 행복하고 싶고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다.

146 신경써서 고른 좋아하는 물건들에는싫어하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일까.

173 남들이 하던 대로 따라 하지 않고 다시 보고 관찰하고 발견하고 개선하는 일, 해보고 나아지게 하는 일, 지금껏 불편한 줄도 몰랐던 것들을 찾아 더 나아지게 하는 일.

176 이런 제약들 위에 의자는 설계되고 만들어진다. 한계를 마주하고 극복하면서 발휘되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의자를 통해 읽는다. 눈을 뗄 수 없고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199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싫어하는 게 오는 걸 보고 있거나, 아니면 변화를 이해하고 할 일을 하는 것.

218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그래,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는 소설이 좋다.

222 나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에게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내 삶을 통해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223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인 줄 알았던 많은 것들은 결국 내가 읽고 공감했던 사람들의 문장으로부터 온 거였다. 읽고 나서 곧 잊어도, 외우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해도 그 문장들은 내가 선택하고 움직이는 데 줄곧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문득 ‘내가 읽는 것들이 내가 된다’는 말이 말 그대로 무섭게 느껴졌다. 나는 무엇을 읽으며 살아왔나 갑자기 생각한다.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읽어본다.

235 어디에 살지 고민하는 건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나라고 믿었던 것들은 사실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포함한 거였다는 걸 이제 안다. 그럼 나를 어디에, 어떤 환경에 두면 좋을까.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부일까 명예일까 권력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하지만 이상적으로 상상해본다.

236-237 나는 더 나답고 싶다. 성실하게 단정하게 살며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 호기심을 가지고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 가운데서 좋은 생각을 발견하고 감탄하고 싶다. 달리기를 하고 땀을 흘리고 또 새로운 운동을 배우며 기꺼이 초보자가 되고 싶다. (…)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와서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 조금 더 나은 나, 조금 더 행복한 우리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