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4 좋아하는 것이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마다 세계의 경계는 한 발짝 늘어나고, 이전보다 커다래진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서 나도 함께 커질 수밖에. 나와 함께 성장하는 이 사랑은 나의 생활이고, 나의 자산이고며, 급기야는 나를 이루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나는, 사랑을 하는 사람. 이 사랑이 나를 여기에 데려왔다고, 지금 이 순간까지 나로 살게 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 덕질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덕차오름’에 동기화될 것이다. - 박서련
5 덖는다는 건 뜨거운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색이 짙어질 때까지 천천히, 타지 않을 정도로 오래, 때론 타버려도 좋다는 용기로 이뤄진 덖음의 과정은 덕질과 닮아 있다. (…) 작가는 덕질을 통해 타인과 연대하고, 열광의 순간뿐 아니라 식어 버린 지난 사랑까지 포용하며, 좀처럼 사랑할 수 없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절망을 녹일 수 있는 사랑이란, 묵묵한 인내와 시간의 축적, ‘꺾이지 않는’ 무언의 믿음에서 발현된다고 이야기해 주는 이 책이 나는 그저 미더웠다.
17 누구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파고들어 관련된 모든 것을 손안에 쥐고 싶어하는 줄 알았다.
20 어찌 되었든 간에 덕질은 지난한 일상을 구원해 준다. 지루하고 우울한 일상을 스펙터클한 판타지 세계로 만들어 준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42 덕질이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는 것이었다면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진 않을 것이다.
82 대신 신인 배우에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이 있었다. 이전에 좋아했던 배우 D와 W에게서는 이미 자리 잡은 베테랑의 퍼포먼스가 안정적으로 느껴졌다면, L에게서는 조금은 불안정하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성장의 기운이 와닿았다. 배우에게서도, 팬인 나에게서도 앞으로 이 배우가 맡을 수많은 배역, 캐릭터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와 설레는 마음 자체가 덕질에, 그리고 내 삶에 에너지를 주었다.
128 덕후는 본업을 잘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약하다. 특유의 목소리도 내 취향을 저격한다. 출퇴근길 플레이리스트를 그 가수의 노래들로 채우고 무한반복을 시작한다.
129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편인데 일상에서는 약간 헐렁한 성격인 것 같다. 제법 귀엽기도 하고? 아차,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에서야 나는 인정하게 된다. 귀여워 보이면 끝이야. 귀여우면 입덕한 거야.
141 사람이 대외적으로 성공하고 실패하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성공한 사람을 동경하고, 실패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곤 한다. 성공엔 다 이유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실패에도 사유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사람의 능력뿐 아니라 수많은 우연과 다른 환경적 요인에 의해 갈리는 것이다.
(…) 내가 좋아했던 아이돌이 대중적으로는 실패했을지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실력 있는 아이돌이라는 걸 팬인 나는 알았던 것처럼, 누구나 실패했든 성공했든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고, 꽤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덕분에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을 절대 결과물로만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어떤 유명 아이돌을 좋아해도 얻을 수 없었던 귀한 결론이었다.
146 이런 사고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좋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것조차 영원하지 않다. 오늘 너무나도 사랑하던 책이, 영화가, 노래가 내일은 갑자기 그저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 그때의 좋아하는 감정을 최대한 즐기고 그 안에서 또다른 무언가를 불러일으키려면, 힘껏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책을 사고, 감상문을 쓰고, 관련된 콘텐츠를 찾아보고. 모두 좋아함의 에너지가 최고치에 달해 있을 때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165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에 예쁘고 고운 말들이 자리 잡으며, 얼굴에는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내 일도 아닌 다른 사람의 성취를 순수하게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결국 덕질은 내게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내가 긍정적인 기운을 발산하게 한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기에 나도 좋은 사람이 된다. 앞으로도 내 덕질 대상들이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 인생에도 힘이 됨을 알기에.
190 “(…) 결국 덕질이라는 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르겠어요.”
191 하지만 사람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가 비난해 온 것과 달리 덕질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내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고,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덕질이 어떻게 나쁜 것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작가님의 말씀에서 듣게 되었다. 덕질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 최대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결국 나를 향한 사랑의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