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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별게 다 행복

2024-08-18 저자: 박수진 출판사: 샘터

🔖 책갈피

9 “현재가 과거를 넘어서면 강력한 힘을 가지죠. 파도를 타고 나면 인생이 달라졌음을 깨달아요.” (윌러스 J. 니콜스, <블루마인드> 작가)

72 누가 그랬더라, 남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이면 그건 그 사람이 잘하는 거라고. 그 말이 딱 맞다. 그러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는 여러 미디어에 편집되어 있다.

78 나의 의지로 선택한 터전에서, 좋아서 시작한 일에도 나름의 고충은 있기 마련이라고.

80 한편으로는 서핑 덕분에 유연하지만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예전의 내가 모든 파도를 이겨 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내게 맞지 않는 파도는 흘려보낼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달까. 나에게 맞는 파도를 알고 기다리는 겸손한 자세, 언제 올지 모르는 파도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와 균형 감각,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모두 서핑을 하며 자연스럽게 배운 것들이다.

104 세트를 타야 한다는 말은 곧 파도를 기다릴 줄 아는 서퍼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보드 위에 서는 기술만이 서핑이 아니라 파도를 보고 기다릴 줄 아는 것까지가 서퍼의 능력인 셈이다. 세트를 기다릴 줄 모르고 사소한 파도에 힘을 다 빼던 내게는 아주 큰 깨달음이었다.

108 큰 세트 앞에서 ‘어서 와’ 하고 차마 반길 수는 없을지라도 ‘오지 마, 무서워’가 아니라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준비된 마음을 가지고 싶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감정의 파도도, 인생의 너울도 초연하고 유연하게 잘 넘기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16 그러고 보면 서퍼란 항상 와이프 아웃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즉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는 사람이 아닐까. 겁내지 않고 안전하게 잘 넘어질 수 있도록 정련하는 마음. 무수한 와이프 아웃의 실패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다시 해 보는 마음. 서핑은 이 간단해 보이지만 어려운 가르침을 뼛속 깊이 새겨 주었다.

127

  •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남해에 겨울 파도가 들어오겠어. → 파도는 기다리면 언젠가 또 들어온다. 오늘이 인생 마지막 서핑이 아니다.
  • 다들 열심히 타는데 너만 먼저 퇴수할 거야? → 체력과 실력이 모두 다르니 그럴 수 있다. 비교하지 말자.

146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때로는 옆길로 샐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앞만 보고 직진하기보다 돌아갈 줄도 아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 그게 때로는 더 어렵지만 폼 나는 길이라는 것. 전부 사이드 라이딩을 하며 배웠다고 하면 너무 낯간지러울까?

160 한편으로 나의 서핑 라이프는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궁금하다.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그마음을 원동력 삼아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글을 쓰고 책과 함께 하는 삶, 바다를 곁에 두고 서핑을 즐기는 삶이 결국에는 나를 어디에 데려다 놓을지 궁금해진다.

궁극적으로 인생의 곳곳에서 크고 거센 파도들을 만나더라도, 잘 빠져나오는 기술을 가진 서퍼가 되고 싶다. 그렇게 당도한 곳이 어느 외딴섬 혹은 막다른 곳이더라도, 모두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니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기겠다는 마음이다.

180 이것이 오늘의 나에겐 최선이니 만족하며 다독이기로 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과거의 나와도 비교하지 않고.

184 일에 치일 때면 잠시 눈을 감고 그곳에서 파도 잡는 상상을 한다.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그 바다에서 헤엄도 치고, 파도도 타고, 잠수도 해 보고, 소리도 한바탕 지르면서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 준다. 파도를 기다리는 모든 순간이 서핑의 일부라고 믿으면서.

(…)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그런 기쁨을 기민하게 알아챌 여유가 당신에게도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자신에게 환기의 시간을 선물하면 좋겠다.

187 아는 것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애정도 절로 깊어지니 말이다.

190 조금 더디더라도 오랜 시간 계속해서 파도를 맞다 보면, 자주 뾰족해지는 나의 마음도 조금은 동글동글해지지 않을까. 부디 그렇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바다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