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떠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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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그날 밤, 미래는 바닥과 가까워지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쓰러지는 건 괜찮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 그 말이 위로가 됐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꾸는 꿈, 엄마의 삶과 직업,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일상을 챙겨주던 사람의 실종,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움, 쓰러질 때마다 조금씩 무너지는 세계.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다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107 무속이 종교가 되면 사기가 되는 게지.
134 사회생활이 앗아가는 기력은 체력과는 또 달라서, 다른 방식의 충전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정말로 원하는 일 같은.
161 “개만 훈련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인간도 배워야 하거든. 그래서 애 관심이 여기에만 집중되는 거예요. 사람이 되려면 자기가 싸놓은 건 자기가 처리해야 되니까.”
176 이유 없이 남겨진 빈칸을 채워주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과 증상을 설명해주는 건 과학뿐이다.
204 “사람이 살다 보면 괴롭고 안 풀릴 때가 있기 마련이고, 그때 숨겨뒀던 못난 모습이 드러나곤 해요. 안 좋은 상태에 오래 머물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상하고요. 상온에 둔 고기처럼. 그냥.. 인간이 그렇다고요.”
205 아무리 좋은 약을 쓰고 주사를 맞아도, 나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충분한 시간이 치료의 전부인 경우도 있었다. 마음의 상처나 찢어진 기억, 부러져버린 믿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10 미래는 여은이에게 갚을 게 많다고 느꼈다. 빚을 진 느낌과는 달라서 빨리 털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두고두고 갚고 싶은 마음,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우정 같았다.
255 빈칸을 채우려고. 어떤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고. 비어 있는 걸 채워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고. 왜 아픈지, 왜 죽었는지, 왜 슬픈지, 왜 안풀리는지, 이유를 알려주는 거예요. 만들어주는 무당도 있죠. 지금 우리처럼.
257 모든 식물의 색이 변하는 계절이었다. 잠시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기운을 접고, 꼭 버틸만큼만 자신을 남겨 고요히 견뎌낼 겨울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 전에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길순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278 안내 문자가 오고 1분도 안 되어 태풍심부름센터 톡방으로 메시지가 쏟아졌다. 쏟아졌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속도였다. 무연맨션을 알고 길순을 알고 아론이를 아는 무연동 사람들이었다. 길순이 추천해준 강우를 믿고 흔쾌히 삶의 대소사에 손길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던 사람들, 언제나 아론이의 손을 잡고 다니는 길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괜찮은지를 묻고, 어디쯤에서 아론이 같은 아이를 본 것 같다는 정보를 전해주었다. 경찰이 보관 중인 길순의 폰으로도 문자가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강우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289-290 민영이 썼다는 글의 제목은 ‘행운을 빌려주세요.’였다. (…)
이 글을 읽으셨다면 아론이를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세요. 오늘의 행운이 있다면 빌려주세요.
292 각자의 작은 불운으로 적립하는 행운의 총량이라는 게 있다면, 아론은 오늘 받은 운만으로 자라는 동안 겪는 삶의 위기를 몇 번이고 넘길 수 있을 것이다.
292-293 사람이 구했다. 무연맨션에 살고 있는 모두와, 크고 작은 불운을 감수하고 운을 나눠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구했다. 이 답을 힌트로 삼아, 진짜 마지막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다짐이 제 마음의 소리인지, 현재림 인생에서 떼어지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건 알았다. 지금까지는 여러 번 틀렸지만, 그래서 마지막 문제는 틀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것. 인정했으니까. 인간이 인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건, 잠시일 수가 없었다.
294 대신 더 선하게, 더 인간답게 살기로 했다. 불행도 불운도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아비가 잘 살아야 어린 두 딸의 남은 인생에 볕이 들 것 같았다. 마음이 그랬다.
300 나이 예순을 넘기면 얼굴에서 인생이 읽힌다. 웃는 모양 우는 모양대로 주름이 지듯이, 삶의 더께가 얼굴에 쌓여 이야기를 만든다. 그걸 관상이라고 한다. 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도, 혜량으로부터 넌지시 전해 들은 정보가 없어도, 재림은 알 수 있었다. 큰욕심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는 걸. 다만 불행과 재난이 사람을 가리지 않을 뿐이었다.
350 주아는 삶에는 원래 완치란 없다는 걸, 대부분의 인간은 회복을 향해가는 길을 걷다가도 헤매느라 다시 상처 입고, 그러다 또다시 나아지는 방향으로 걷곤 한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었다.
356 “답보다 푸는 과정이 중요한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살아가며 풀어야 할 대부분의 문제가 그랬다. 살아가는 게 과정이었다.
359 못하는 걸 잘하려면 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다보면 노래도 언젠가 잘하게 될지 모르고, 사는 것도 그럴 거야. 그런 마음으로 재림이 말했다.
361 미래가 까만 볼펜을 가져와 빨간 글씨를 덮었다. 엄마를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빨간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꾹꾹 눌러서 다시 엄마의 이름을 썼다. 재림은 그 종이를 늘 지니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마다 부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아론의 그림이 덕진의 부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362
이지구상에서
유일하게인간만
미래에대해서
생각할수있대
그래서네이름을
미래라고지었어
너를생각할때면
유일하게인간만
할수있는일을
하고있는거라서
365 작가의 용기는 어디서 올까. 아직 결말을 알지못하는 당신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타인의 진심에서 온다.
북토크
- 강우를 먼저 등장시켜서 재림을 궁금하게 하도록 하고 싶었음
- 1-4화 정도가 쓰여지고 다듬어지고 뒤는 사건들만 듬성듬성
- 그런데 써본 적이 없는 뒷부분이 비교적 빨리 써졌다
- 신이 떠나야한다는 것이 중요했다는 이유?
- 이후의 이야기, 싱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음
- 대부분의 인간이,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앓고 그 이후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엄마와 딸의 구도
- 모든 딸들은 엄마의 이야기를 한번 쓰고 넘어가야 한다ㅎㅎ
- 원래는 3 버전의 모녀가 등장하는 이야기
- 재림과 미래
- 길순과 딸들 - 원래 길순 엄마로 세팅했었다는!
- 덕진과 차미 (유사모녀)
- 작가님이 좋아하는 캐릭터상
- 설상가상, 그럼에도 삶은 재미있다 - 이만한게 얼마나 다행이야 헿 > 전화위복
- ^오^ 일취월장
- 취재 과정
- 온도가 바뀌는 감각, 경험
- 무연맨션 - 살았던 곳을 차용한 걸까?
- 살았던 곳은 아니고, 다만 공간이 중요 -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모이는 곳
- 한국의 욕망, 한국에서의 신 = 부동산
- 4층이 없는 건물!
- 살아있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하기를 바랐는데, 소설을 쓰면서 더욱 깊어짐
- 작가님에게 이 책에서의 신과 같은 것
- ‘신이 떠나도‘
- 드라마를 잃고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 꽤 오랜 시간 쓰지 못하기도 했음
-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쓸 수 있었고, 결말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 쓰면서 잘 안 풀린? 술술 풀린?
- 처음이 너무 어려웠는데, 드라마와는 또 다르게 썼고 장편소설이 처음이기도
- 4-6월 트위터 5-6개ㅎㅎ 분량
- 발을 다친 이후부터 10배 분량, 이야기가 나아가는 것을 내 체력이 따라잡지 못하는 느낌
- 무대 위 사람은 귀신과 같은 속성, 무대 위 인물에 조명을 사방에서 쏘면 그림자가 없다
- 운명?
- 운명을 믿는 사람들은 대개 운이 좋은 사람들, 그래서 오히려 강우는 운명과 팔자를 믿지 않을 것
- 인물들 간의 합, 건물, 세계관 / 결핍과 목표
- 현재 / 미래
- 미래가 떠날 때의 재림
- 이 책이 건강할 수 있었던 건 작가인 내가 건강했기 때문 - 운동, 친구를 통해 회복
- 2025년?
- 책을 끝맺음한 해
- 앞으로 무엇을 쓸 수 있을지, 쓸지는 잘 모르겠다
- 그저 이 책을 밀어주는 것, 최선을 다해 밀어주는 것
- 강해진 - 연극/희곡 형식으로 쓸 용기?
- 이렇게 쓸 수 있어서 소설 짱^_^
- 길순 - 성별을 잘 유추할 수 없는?
- 굳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길순은 성별이 도드라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더 좋다
- 가상 캐스팅
- 재림 - 전지현, 김현주
- 강우 - 가장 좋아하는 남뱈ㅋㅋㅋㅋ
- 마이클 - 버논
- 강해진 - 이미경
- 장르를 전환하면서?
- 장르적 특성이 달라서 어렵ㅠ 톤, 문체를 잡는 게 어렵
- 장르는 옮긴다는 게 쉽지 않,,,
-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법칙이 다름
- 살리는 이야기, 낙관과 다정으로
- 다정을 나이브하게 보는 관점, 쉬운 길 혹은 뻔한 것처럼 / 놉
- 내가 바라는 미래, 우리의 역할
- 인물들을 정말 아끼는구나, 인물들이 잘 살겠구나하는 믿음
- 진지할 틈을 주지 않다가 다 읽은 다음에 진지해지는
- 악역 강해진에 대한 묘사가 의도된 것인지
- 엔터사의 무속 집착
- 비틀린 모성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