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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디지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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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디지몬

2025-06-03 저자: 천선란 출판사: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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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갈피

22 그 진화는 쿠가몬을 물리치고 이기기 위한 진화가 아니었다. 쿠가몬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진화였다. 언뜻 보면 비슷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를 무찌르고 싶다는 마음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 것이 선행되느냐에 따라 그 색이 완전히 달라지고 디지몬은 후자였다. 디지몬은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했다.

45 리키가 가진 희망이란 가장 늦고 더딘,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성장이다. 지금은 없지만 악당의 손 틈에서 빛이 되는, 그리고 이건 피뇌몬이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단 한가지였다.

46 잘못 진화하면 다시 진화하면 된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언가 그릇된 것처럼 느껴지면 나는 이 문장을 자주 상기한다. ‘괜찮아, 다시 진화하면 돼.‘

내가 이 에피소드를 제일 좋아하게 된 건, 가장 어린 리키가 궁극체인 피노키몬을 상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피노키몬이 리키를 통해 다시 진화할 기회를 얻게 될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상처받고 외롭고 두렵지만, 용기와 위로 한마디로 언제든 다시 진화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좋다.

60 우선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재능이란 단어를 덜 비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에서는 재능에 천재성을 부여하지만 화려한 껍질을 벗진 재능이란 어느 날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현듯 그것을 ‘계속하게 되는 힘‘에 다름 아니다. 시킨 이가 없는데 내가 그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에 재능이 있다고 봐도 좋다. 내게 그것은 이야기였다.

65 모두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그것의 정체를 전부 알고 하지 않는다. 희끄무레한 빛, 크기를 알 수 없는 글미자, 그런 것을 더듬으며 나아간다. 공부는 더 자세히 알기 위한 후속 단계이지, 출발점에서부터 이고 가야 할 건 아니란 말이다.

85 견디고 이기는 건 나중 일이고, 숨이 막히면 우선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90 디지몬의 세계를 이루는 건 데이터이고 진화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일이기에, 항상 커진 상태로 있는 건 비효율적이다. 힘을 써야 할 때만 커진다. 정말 멋진 설정 아닌가!

118 이야기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야기 안에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게 이야기란 나와 타인을, 세상을, 그리고 악당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