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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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관심이 생기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관심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선란, 소진과 함께하면서 배웠다.
43 그리고 어쩌면 인생은 그리움에서 그리움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까지도.
64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뿌듯하거나 보람된 마음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이든 지금보다 더 애써야 할 것 같은 피로하고 막막한 기분만이 나의 열심을 증명하는 유일한 상태… (정확히는 그런 착각에 빠진 상태라고 해야 맞겠지만, 살다 보면 최소한의 자기 회복력조차 바닥나는 시기가 있지 않은가?)
75 근데 일상에 일만 있을 때 제가 잘못 살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마치 일하려고 사는 사람처럼 여겨질 때가 있어요. 저는 외향형 인간이긴 하지만 집 안을 돌보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이 저의 치유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약간의 강박증이 있어서 청소를 거의 매일 해요. 근데 3일에 한 번 한다? 안 되는 거예요. 최소 이틀에 한 번은 밀대로 바닥을 밀어야 되니까요. 그럼 나는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거나 일이 과중돼 있는 거죠.
95-96 나는 아무리 아름답게 이야기를 꾸며도 단 한 사람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고 믿는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심지어 읽을 수도 없고볼 수도 없는 그 인생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운 게 있을까. 엄마의 뇌는 잊었지만 엄마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삶을, 나는 자주 들여다본다. 엄마의 손가락, 팔꿈치, 목, 다리, 무릎… 모든 곳에 틈 없이 새겨진 삶의 흔적을. 나는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내가 가진 엄마의 단면 몇 개를 자주 이어붙이며 엄마의 삶을 쓴다. 언젠가 또 내 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의 삶을 그렇게 쓰겠지. 그렇게 차곡차곡 내 안이 타인의 삶으로 가득 채워줬을 때, 그때 나도 내 삶을 잘 마무리 지어야지.
113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아내보단 나 자신이고 싶다. 아직 그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는 나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117 미혼인 나는 여전히 결혼이, 사랑이, 약속이 삶의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겠다. 나 자신도 내다 버리고 싶을 때가 많은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알 수 없는 미래를 약속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어쩌면 내가 상상도 못하는 기적을 보고 싶은 마음에 결혼식 프로 참석러가 된 것은 아닐까.
171 확 불타오르기보단 천천히 끟다가 울컥 치미는 일. 다른 사람의 눈에는 지루해 보일 수 있어도 모두가 애를 쓰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 누구도 호명하지 않았음에도 같은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은 그 자체로 귀하다는 걸 빵을 기다리고, 책을 기다리며 알게 되었다.
180 그리고 엄마를 전시한다는 식의 표현을 스치듯이 했는데, 저는 누군가에 대해서 쓴다는 건 그 사람을 좀 자세히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194 쓰는 일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정말이지 계속해서 알아가는 일의 연속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며 쓰는 것, 때론 알기 위해 쓰고, 그렇게 쓰고 나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내 안에 쌓여 다시 묘하게 달라진 나로 돌아오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