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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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8 결혼을 중심에 두고 그것의 대척점인 주변부에서 혼자 사는 삶을 놓은 뒤, 결혼 바깥의 삶이 괜찮은가 아닌가를 측정한다. 결혼의 편에 서서 혼자 사는 삶을 바라보며 취약하다고 단정 짓는다. 마치 결혼이 표준이자 정상이고, 비혼은 일탈이자 비정사인 것처럼.
10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호명될 때를 제외하면 비혼비출산인 중년은 사회에 없는 존재철머 취급되거나, 있다고 해도 무언가 좀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여겨진다는 것을 종종 절감했다.
11 중년 1인 가구, 홀로 나이 들어가는 ‘에이징 솔로 Aging Solo’가 대폭 늘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혼자 사는 게 과도기적 상태가 아니라 삶의 기본값인 사람들이 나이 듦이라는 과제를 함께 직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12 사람이 성숙해지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은 애초에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일이다.
13 에이징 솔로의 삶에 ’없는‘ 것 말고 ’있는‘ 것, 그들이 경험하는 여정과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식, 새로이 만들어 가는 관계들이 궁금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취급받는 에이징 솔로의 삶을 가시화하고 싶었다.
13 혼자 사는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은 다양한데, 이 책에서 말하는 에이징 솔로는 결혼의 경험이 있건 없건 스스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살기를 선택해 현재 그렇게 살고 있는 중년을 뜻한다. 대다수가 1인 가구지만, 친구 등 동거인이 있는 경우에도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비혼의 중년은 에이징 솔로에 포함했다.
14 아직 가부장제가 역력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비혼은 남성성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비혼 남성의 경험은 여성의 경험과 크게 다르다. 절실하다고 느끼는 생애 과제에 큰 차이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묶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5 국내에서도 ‘솔로’가 혼자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관행, 미국에서도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을 불완전한 느낌을 주는 ‘싱글’ 대신 혼자로도 온전한 ‘솔로’로 부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
16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1장 에이징 솔로가 온다 - 4050 비혼 여성들의 ‘혼삶’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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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로 중년 되기
25 물론 가족이 있다고 불가능한 경험은 아니었겠지만,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내 변수만 고려하면 되는 솔로라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쉬웠다.
25 이혼한 뒤 내가 오래 속했던 제도와 그 안에서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주류에서 벗어난 삶, 사회적 소수자의 삶에 근거 없는 낙인을 찍는 행위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겉모습으로 단정 짓지 않고 남의 속내를 쉽게 넘겨짚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도 배웠다.
이대로 충분한 중년의 ‘혼삶’
28 우선순위가 온전히 나한테 달려 있고, 집중해야 할 시간을 내 의지로 더 잘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일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자산 같아요.
31 일반적인 생애 경로와 다른 삶을 살수록 여행이든 이벤트든 스스로 인생의 매듭을 만들어서 자기를 낯설게 보는 훈련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는 젊지 않아 편해진 씁쓸한 이유
34 나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대하는 무례함이나 젊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그만큼 심하다는 방증이니까 말이다.
35 이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띈 것은 에이징 솔로 여성의 자신감이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진술에 전체 1인 가구의 51.4%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40대 여성은 58.6%, 50대 여성은 65.5%가 그렇다고 대답해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상생활에서 소신을 표현하는 편이다”라는 말에도 그렇다고 응답한 1인 가구는 전체의 50.8%였는데, 40대 여성은 58.6%, 50대 여성은 61%로 평균보다 훨씬 많았다.
자기 인식과 주변 시선 사이의 격차
38 자기 삶에서 친밀한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꾸려가느냐 하는 문제는 때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에 따라 선택하기 나름이다. 나는 오래 혼자 살아왔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될 수도 있고 다시 혼자 살게 될 수도 있으며, 친밀한 누군가와 함께 살지는 않되 가까이에서 지내고 싶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삶안에서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
39 무겁게 바라봐야 할 대상은 되레 남녀 모두에게 가족 구성을 위험과 부담으로 여기게 만드는 뿌리 깊은 가족주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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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의 이유를 물으신다면
41 오랜 기간 모든 제도와 산업이 결혼을 통한 가족 형성만을 온전한 성인이 되는 유일한 길로 간주하고 지배적 가치를 부여해 온 사회에서, 새로운 삶의 서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그 단일한 경로를 따르지 않으면 무슨 결함이나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하는 경우가 흔하다.
43 내가 만난 에이징 솔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어쩌다 보니’ 비혼이 되었다고 말했다. 별생각 없이 살다 이렇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비혼이 인생을 건 결단이나 비장한 선택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자기 삶의 맥락 안에서는 무리 없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는 뜻이다.
자신을 위한 선택을 우선하다
45 열한 살 때 아버지가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냐 물으시길래 ‘친척이 2배가 되는 일’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나요.
가부장제와 제도로서의 결혼에 대한 반감
49 주제 파악은 잘 되는데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고, 인생을 사는 태도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순응적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이 친구들 중에 비혼이 많아요.
53 저는 결혼이 자본과 집안 간 결합, 계약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 계약에서 꿀리고 들어가는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내 자유의지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선택했어요.
결혼에 아예 관심이 없는 소로들
54 다들 결혼하는 게 기본이고 결혼하지 않는 게 선택인 양 말하는데, 거꾸로 아닌가요?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게 선택이죠. 저는 비혼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결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그냥 그 상태로 쭉 사는 거예요.
55 그러다 보니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이 자연스럽고, 각자 자기 멋대로 사는 거지 비혼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비혼의 지형
57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 있는 남성은 기득권이 침탈당한다고 느끼지만, 여성은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거라고 상상해요. 어떤 공간ㅇ르 인식하고 상상하는 심상지리가 지금 사는 공간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가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생각할 때, 세계지도 위의 자신을 상상할 수 있게 된거죠. 삶이 열려 있다고 새악하면 지금 있는 곳에서 자원을 축적하고 정착하지 않아도 다른 데 가서 살 수 있다, 어차피 가난할 거라면 저기 가서 가난하게 사는 게 낫지 않나,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되고, 그게 사람들에게 큰 심리적 여유를 줘요. 주류의 삶에서 벗어나고 삶이 끝나는 게 아니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비주류로 살아가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상상하는 거죠.
60 비혼을 정치적 견해 표현으로 여기는 사람이든, 자신에게 알맞은 삶의 방법을 고르다보니 어쩌다 비혼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든, 그 선택의 바탕에는 제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의 묶여 있지 않을 때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통된 가치관이 있다. 도시에서 혼자 살기가 더 수월해지고 다양한 연결망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법이 발달할수록 경직된 결혼제도 대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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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이기적이다?
64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이밎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관계 맺을 줄 알게 될 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깊은 경험이라고요?
69 세상에 좋은 이야기가 단 하나만 있는 게아닌 것처럼 하나뿐인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가치 있는 하나의 경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그 경험을 모든 사람이 같은 정도의 깊이로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70 누구나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무엇인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내 삶의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내 삶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저출생 사회의 비혼 여성들
71 사람의 삶과 이 세상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다른 살마이 그 믿음을 따르지 않고 거부했을 때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73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생 현상의 구조적 원인은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의 이기심과 페미니즘이 아니라, 뿌리 깊은 성찹려과 가부장 문화에 있다.
75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합의’라는 용어가 변화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기득권의 핑곗거리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저출생 현상을 한탄할 자격이 있기나 한 걸까.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비혼 여성들
77 정세연은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 이바지하는 부분이 있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여가 모여 사회가 구성되는데,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내가 하는 역할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79 그러한 가족주의야말로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보다 훨씬 더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이기적 행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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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는 더 외롭다?
81 외로움은 대화를 나누고 상호작용 하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통하느냐 하는 질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혼자를 즐기는 마음
83 나는 김가영과 이야기하면서 주로 다른 사람과의 ‘불통’의 경험을 외로움으로 떠올렸는데, 오희진과 이야기할 때는 ‘좋은 고독’이 떠올랐다.
85 나는 이 세계에 소속되어 있어요. 필요한 만큼. 그리고 분리돼 있어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85 저는 외로움과 같은 감정이 ‘혼자’여서 오는 게 아니라 살아 있으니까, 또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오는 걸로 생각하고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는 여기지 않는 편이거든요. 숙제가 아니니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87 ”가장 외로운 살마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대처가 필요한 고립
88 그(노리나 허츠)는 외로움을 “우리가 친밀하게 느껴야하는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이면서 우리 자신과 단저뢴 느낌, 사회와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제대로 지지받지 못하는 느낌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배제된 느낌”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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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플 땐 이렇게
보호자는 왜 늘 가족이어야 하나
97 이 보고서는 ”이는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 조건이 사회에서 체계적으로 무시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뜻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 품앗이의 선순환
99 지금은 가족이 돌봄부터 정서적 지지, 경제적 생활 등등 모든 걸 다 해결하는 상황인데 그게 기능별로 나뉘면 좋겠어요. 돌봄은 품앗이에서 해결하고 정서적 친밀감은 또 다른 모임에서 해결하고. 그래서 의존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열등하거나 남에게 미안한 일이 아니라 그냥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일이 되면 좋겠어요.
103 미국에서는 ‘수많은 도움’을 비롯해 ‘케어링 브릿지 Caring Bridge’, ‘밀 트레인Meal Train’ 등의 돌봄 공유 플랫폼들이 운영되고 있다.
> 과장된 두려움을 지워내는 돌봄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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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돌봄은 신체활동 보조와 위생 관리에 국한된 게 아니니까 말이다. 아픈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밥을 지어 먹고 같이 산책하러 나가는 것, 입원한 친구의 남겨진 동식물을 보살피는 것 등이 모두 돌봄의 행위다.
2장 솔로는 혼자 살지 않는다 - 느슨하고 안전한 가족 바깥의 친밀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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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단 한 사람?
낭만적 사랑이 독점한 친밀한 관계
117 그가 생각하는 영혼이 이어진 사람이란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나의 의식이 고양되었다고 느낄 만한 사람“이다.
친밀성은 다양하다
119 그렇다고 삶의 어떤 국면에서 가진 그 순간의 친밀함이 피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순간의 친밀감을 여러 사람과 이어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삶의 한 가지 방식 아닌가요?
’온리 원‘이 아닌 ’감정 관계들‘
125 다른 사람의 ’추앙‘에 의해 채워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채웠다. 타인에게 조건부가 아닌 절대적 지지를 보낼 줄 알게 되면서, 만나는 살마이 누구든 환대할 줄 알게 되면서, 그렇게 설레는 시간을 모아 하루 5분씩 채워가면서, 자신의 취약함과 결핍에서 스스로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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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은 가족에게서 독립했을까?
비혼인 딸에 대한 부모의 불안
128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라는 신념으로 살아오면서 자식을 자신과 분리된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는 부모들은 ‘출가외인’이 되지 않은 비혼인 딸을 여전히 자신의 보호와 감독 아래에 있는 통제 대상으로 바라본다.
가족과 적절한 거리 찾기
134 연구자는 이들이 “가부장적인 정상가족에 비판적이고 혼자 살기를 통해 정상가족과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대안적인 친밀성의 모델이 문화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가족 형성에 대한 전면적 부정과 정상가족의 추구 사이를 오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가족, 독립과 구속 사이
139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양립 불가능한 것 같짐ㄴ 모든 사람이 동시에 품고 있는 갈망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다를 뿐, 에이징 솔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혼자만의 독립적인 삶의 대한 욕구만큼 친밀한 관계에 대한 열망도 크다. 그 관계가 무엇일지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어떤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느냐, 어떤 기회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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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중심에 둔 삶
거리, 시기에 따른 우정의 흥망성쇠
나이 들수록 줄어드는 친구들
151 만약 당신의 정체성이 위축되고, 당신 스스로 당신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유형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친구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152 우정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다. 우정이 확대되면 신뢰에 근거한 사회적 관계, 즉 사회적 자산이 되고, 사회적 자산 만들기는 솔로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154 좋은 연인이 그렇듯 좋은 친구도 ’최상의 나‘가 진짜 나인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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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기대어 마을에 뿌리 내리기
우리가 서로에게 세상 가까운 부탁을 청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세상 가벼운 땡큐를 날리고, 오늘은 도움을 줬다가 내일은 도움을 받았다가 그리 살면 되지 않을까.
규칙 없이 동그랗게 굴러가는 모임
160 같이 어울려 살려면 ’반응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모다 긴밀한 너와 나
서로의 꼴을 봐주는 공동체
168 비비에서는 누군가 아프면 중도하차하고 아프지 않은 사람들이 먼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멈춰 서서 아픈 친구의 이랑을 이해하려 공부하며 애쓰고 서로 돌본다. 누군가 부모를 돌보는 부담이 늘어나면 공동체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부모 돌봄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위로한다. 그렇게 서로를 부축하고 서로에게 기댄다.
168 서로의 꼴을 봐주는 것. 서로 신세 지는 것을 받아주고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혼자서 오래 살아온 솔로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마음이다.
171 우리는 순간순간 어떨 때는 0.8인분, 또 다른 상황에서는 내 깜냥으로 1.5인분을 할 때도 있는 거예요. 그렇게 얽혀서 사는 것이지, 지금 당장 내가 1인분인가 아닌가 꼭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 관계에 따라서 내 역할도 계속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친구에 기대어 마을에 뿌리내리기
172 이 행사를 기획한 김연진(42)은 자기 돌봄의 최우선은 자기 밥상을 직접 차려 먹는 것이고, 자신만의 생존 노하우가 담긴 쉬운 요리법처럼 시간을 들여 터득한 삶의 기술이 몸과 일상을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 사람이다.
175 비혼 여성이 안전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방범용 CCTV가 많은 동네가 아니라, 골목골목 익숙한 얼굴들이 많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3장 홀로 외롭게 나이 든다는 거짓말 - 생계, 주거, 돌봄, 죽음을 준비하는 비혼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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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일
더 오래 일하는 방법 찾기
182 은퇴를 앞둔 거의 모든 이들이 그렇듯, 에이징 솔로도 노후 대책으로 더 오래 일할 방법을 찾는다.
183 혼자서만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네트워크에 속해 있어야 혼자의 삶도 운영할 수 있더라고요.
미래에 대한 과장된 불안 지우기
188 어쩌면 어떤 상황이 닥치든 대응할 수 있는 체력과 태도를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취약계층은 따로 있지 않다
193 어떻게 그렇게 인간이 자기는 절대로 취약계층이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죠? 사람이 그렇게까지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손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94 ‘혼삶’에 나이, 성별, 가난이 이중 삼중의 덫이 되는 가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우리를 받쳐주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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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까?
196 내가 만난 에이징 솔로들은 비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 안정성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현실의 불안,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하는 시야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도 소득 또는 일자리보다 주거 안정성이었다.
제도와 면적에서 홀대받는 1인 가구
주거 안정성 확보의 여러 방법들
가까이 연결을 맺고 살아가기
207 이들이 말하는 주거권은 내 소유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 가지 요건을 갖춘 권리였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이웃, 그리고 내가 갑작스럽게 이동할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집.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내용의 권리“가 비혼 여성이 바라는 주거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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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와 부모 돌봄
부모 돌봄을 전담하는 비혼 딸들
가족 돌봄과 돌봄의 늪
226 ‘패러사이트 싱글’, 즉 부모에게 기생충처럼 얹혀살면서 살림을 축낸다는 부정적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것과 부모를 돌보면서 겪는 갈등이 중첩되는데, 여기에 사회생활이 단절되면서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고통까지 더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돌봄 부담으로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고, 한번 그만둔 일에는 좀처럼 복귀하기 어렵다.
돌봄은 여성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
227 나는 아무리 미화해도 돌봄은 진이 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부모 돌봄은 아이 돌봄과 달리 끝나는 기한을 알 수 없고, 생명의 성장 대신 소멸을 향해 가는 긴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라 심리적으로도 버겁다. 좋고 나쁨으로 양분되지 않는 복잡한 마음을 납덩이처럼 안고 사는 게 일상이 된다. 딸이든 아들이든 비혼이든 기혼이든 누가 되었든 그 책임을 한 사람이 혼자 짊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229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생활을 일에 온통 헌납하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필요할 때 돌볼 수 있도록 일과 시간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취약하고 서로에게 기대어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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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고독사와 마주하기
손상된 삶의 존엄한 마무리
233 그(우에노 치즈코)는 치매에 대한 공포의 대안으로 안락사를 제시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그런 생각의 배후에는 ‘살아 있을 가치‘가 있는 생명과 없는 생명을 구별하는 생각이 깔려있고“ 이것이야 말로 ”우생 사상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234 안락사를 원한다고 거침없이 말해온 내 마음속에는 인지증이나 다른 질병 등으로 자기 결정권을 잃어버린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보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자각이 들어서였다.
234 내가 좋아했던 유머 감각, 참기 힘들었던 고집불통은 아버지의 고장난 뇌가 만들어낸 기묘한 세계 안에서도 여전했다.
235 책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에서 공동 저자 이지은은 오랫동안 치매 돌봄의 현장을 연구해 온 학자들의 발견을 소개하며 ”자아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어떤 것들은 치매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전의 삶의 흔적들을 가진 몸의 사소한 행동들이 사실은 그 사람의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몸은 그저 손상된 뇌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는 것이다.
235 그(저넬 테일러)는 ”누군가를 하나의 인격 혹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인지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그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과 내가 주고받는 제스처들에 대해 내가 기울이는 관심, 무의미해 보이는 그 사람들의 몸짓들이 의미를 갖게 하는 관계와 돌봄의 제스처“라고 말한다.
> 생의 마지막에 누가 나를 대리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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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사에 대한 공포 걷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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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고독사를 막는 것은 ’관계‘다. 서울시 서초구 어르신행복e음ㅎ센터의 ’친구 모임방‘ 사업은 홀로 사는 노인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 고독사를 막는 지역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45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서 고독사가 느는 게 아니라 고립이 고독사를 만드는 것이다.
248 중요한 것은 살아 있을 때 고립되지 않고 생의 마지막까지 인간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249 송병기는 이를 각자도생에 빗대어 각자도사라 불렀다. 삶의 마지막까지 자기 능력껏 알아서 잘 죽을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비참을 피할 수 없는 현실. 이는 단지 1인 가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죽음의 풍경이다.
5. 할머니가 되어도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
> 서로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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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해외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상적 모델로 봤던 곳이 영국의 ’나이 든 여성들의 코하우징‘ 커뮤니티가 설립한 주택 뉴그라운드예요. 결혼 경험,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50셍 이상의 여성 1인 가구가 입주하는 공동체주택인데 총25가구 중 18가구는 자가, 7가구는 임대 세대입니다. (…) 함께 살지만 집단적이지 않은 것도 이곳의 장점이고요.
255 연구 참여자들은 노년의 독립과 의존을 잇는 연결의 끈으로 서로 돌보는 공동체를 떠올렸으나, 각자가 상상하는 돌봄과 공동체의 그림은 약간씩 달랐다.
255-256 마을은 “노년에 어떤 방식의 돌봄이 최적일지는 서로 논의하고 찾아가야 하겠지만, 일단 부모 돌봄과는 다른 형태여야 할 거고 자기 돌봄과 서로 돌봄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257 서로서로 견디는 힘만 있으면 다른 건 헤쳐나갈 수 있어요. 누군가를 견디지 않고 가능한,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관계가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데 좋으니까 견디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으니까 그만큼 어떤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거죠. 누군가가 나를 감당해 주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루목 향기의 서로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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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KBS 다큐온 <세 할머니의 유쾌한 동거>
4장 한국 사회에 솔로의 자리를 만들기 - ‘나‘와 ’우리‘를 환대하는 제도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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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에 대한 차별, 싱글리즘
271 벨라 드파울루는 결혼한 부부에게 우위를 두고 혼자 사는 사람을 낮추어 보는 싱글리즘이 단지 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률, 제도 등 모든 구조에 스며들어 있어서 일상에서 차별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싱글들도 피해 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주거와 일터에서의 차별
277 지금은 리더 가운데 여성이 별로 없으니 이 사회가 원하는 여성적 속성을 끄집어내어 여성적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독한 여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적 룰을 같이 밟아가며 성공하려는 여자, 야망을 드러내고 저돌적인 여자, 남성의 보호 아래 있지 않은 여자를 독하다고 부르며 배제하려 드는 것이다.
‘싱글세’와 가족의 문제
280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세율 격차보다 되레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인 가구의 각종 공제 항목이 법적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함께 살면서 혈연가족보다 더 긴밀하게 서로를 부양하며 경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비혼 동거 가구나 생활공동체는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나이 든 비혼 여성에 대한 낙인
284 어떤 특질에 대한 자의식이 약한 상태로 살아오다가도 다른 사람들과 제도가 나를 그 특질로 정의하면, 내가 원치 않아도 그 특질이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큰 조각이 되어버리는 듯하다. 내가 여성이라는 점이 그러했고,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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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를 포용하는 제도를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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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혼 관련 제도
비혼 축하한다는 파격… “당연한 변화” vs “저출산 심각한데”
‘비혼 선언’ 직원에 기본급 100%+휴가 5일 지원한 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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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대안
가족이 돌보는 게 아니라 돌보는 사람이 가족
291 국회 입법조사처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가족 다양성의 현실과 정책 과제: 비친족 친밀한 관계의 가족 인정 필요성」 보고서에서 가족돌봄휴가 대상에 혈연가족뿐 아니라 ‘등록동반자, 동거인, 가족과 같이 친밀한 자’를 포함한 미국 10개 주 정부와 워싱턴 D.C.의 유급 가족돌봄휴가 관련 법률 현황을 소개했다. 예컨대 2019년 개정된 뉴저지주의 유급 가족휴가법은 가족의 범주를 “근로자가 가족과 같이 여기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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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대리해 줄 사람의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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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김순남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따르면 ‘내가 지정한 1인’이란 의료결정권과 연명의료결정권은 물론이고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 강제입원 등의 상황에서 법원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규정된 해외재난 시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 등에서 법적 가족이나 동거인뿐 아니라 ‘내가 지정한 1인’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3. 미래의 가족을 그리며
301 인류학에서는 좀 더 보편성을 띤 말로 가족 family 대신 가내집단 domestic group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쓰기도 하는데, 가내집단과 가장 비슷한 말이 식구다. 식구는 같은 공간에서 일상을 함께하면서 서로 돌보는 사람들로, 혈연관계나 법적 관계가 아니어도 누구나 식구가 될 수 있다.
303 이 조항(민법 제779조)을 중심으로 주거, 의료, 돌봄, 연금, 상속, 재난 시 보호 등 삶의 전 영역에 있어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 생활동반자·생활공동체의 제도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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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성 소수자든 아니든, 성애적 관계에 기반하든 아니든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돌보는 관계라면 생활동반자가 될 수 있다. (…) “기존의 경직된 가족제도를 떠난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법”이고 “가족을 이루라고 장려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307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현재의 결혼은 전적으로 배타적인 성행위를 한다고 간주하는 합의에 기반한 제도인데, 성행위보다는 사람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돌봄이 가족을 이루는 결합의 요건으로 더 합리적인 기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9 “생활동반자법뿐만 아니라 생활공동체 지원법까지 포함해서 새로운 가족 구성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해요. 생활동반자는 결혼과 유사하니까 입법이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안 되는 걸 보면, 그보다 확장된 생활공동체가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건 더 어려울 것 같기는 해요. 그렇지만 돌봄의 측면에서 본다면 1명이 다른 1명을 오롯이 책임지는 것보다 생활공동체에서 여럿이 함께 책임질 수 있다면 돌봄이 더 가벼워지지 않겠어요? 가족 같은 정도의 결속력과 의무를 가져야만 서로의 보호자가 될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가족의 방임도 꽤 많고 법적으로 복잡해서 그렇지 가족이 깨지기도 하잖아요. 그보다는 오히려 개인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제도가 생긴다면 돌봄의 관계가 훨씬 더 유연하고 개인이 짊어지는 짐이나 죄책감의 무게도 덜하지 않을까요?”
> 가족이 아니라 개인을 중심에 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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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즉, 북유럽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이 행복하려면 다른 이들의 행복이 필수적이라고 여겼다. 그 결과 불평등 해소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사회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면모가 나타났다. 반면 한국 사람들의 사고에는 몰입의 대상인 ‘가족’만 있을 뿐, ‘나’와 ‘사회’가 없었다. 가족에게 매달리는 정도가 높은 만큼 가족은 교육비로 대표되는 엄청난 비용을 유발해 고통을 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은 가족을 통한 행복의 희구가 강렬한 동시에, 남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지만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남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311 협소하게 정의된 가족의 중요도가 커질수록, 가족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가족을 구성하고자 하는 의지도 꺾이기 마련이다. 원가족의 풍부한 지원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가족이 사회보장과 복지의 기본 단위인 한, 이미 부유한 가족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가족은 점점 더 가난해질 것이다. 그렇게 가족 계급 사회가 가속화할수록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질 것이다.
311-312 가족이 짊어진 짐을 덜어내고 사회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사회복지학자 김진석은 책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에서 현재의 ‘국가-가족-개인’ 복지국가에서 중간의 ‘가족’을 뺀 ‘국가-개인’ 복지 국가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312 가족이 아니라 개인이 복지의 기본 단위가 된다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도 최소화할 수 있고, 노인, 장애인 등 일상적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가의 제도적 지원을 제공받아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314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양을 만들고 지원하는 것이 제도라면, 삶의 변화와 필요에 따라 달라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에필로그. 홀로이면서 함께
315 내가 만난 에이징 솔로는 모두 자신의 가족을 구성하지 않고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혼자 나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삶이 혼자인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홀로이면서 함께’인 조건을 만들었다. 느슨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살거나 공동체를 구성하기도 하고, 원가족이나 친밀한 파트너, 때로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내가 나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연결망을 만들었다.
317 나는 혼자 살아가는 삶도 연결을 놓치지 않을 때 더 온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에에징 솔로의 오롯한 개별성보다 관계의 특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둔 것이 저자인 나와 이 책의 특징이자, 한계일 수 있겠다.
318 이는 역으로 사람의 생활에 ‘경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관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다.
319 혼자 나이 드는 살멩 대한 선입견을 거두고 바라본다면 이 책에서 에이징 솔로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결국 자신과 생애 전환, 친밀한 관계 맺기, 여러 층위의 연결망, 나이 들고 죽음을 맞이하기 등을 다르게 실천하고 상상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지금 혼자 사는 사람들, 언제라도 혼자 살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친밀한 관계를 다른 관점에서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란다.
에이징 솔로 속 인물 정리
- 40~64세 에이징 솔로 여성 19명
- 7명 정규직, 9명 비정규직, 3명 자영업
- 13명 수도권, 3명 전북, 1명 경남, 1명 충남, 1명 강원도
- +65세 이상 비혼 여성 3인(노루목)
키워드외로움, 친밀감, 돌봄, 가족과 우정, 생계와 주거, 노후, 죽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