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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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를 포함해 “저를 프리랜서라고 해도 될까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뾰족한 기술로 생계를 책임질 규모의 재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프리랜서’라고 소개하기를 머뭇거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3-24 모든 직장인이 돈을 잘 벌고, 그 분야에서 전문가이며 정확하게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직장인을 떠올릴 때 하나의 상이 맺히는 것이 아니듯,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형태도 수익도 다르다. 돈을 많이 못 버는 프리랜서도 있고, 아직 전문성을 쌓고 있는 프리랜서도 있다. 여러 일을 종횡무진 하는 ‘n잡러’ 프리랜서도 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어째서, 프리랜서만이 내가 프리랜서가 맞는지 계속 질문하느냐 이 말이다. 회사 매출이 마이너스여도 회사 대표는 여전히 대표이듯, 개봉한 영화가 망해도 영화감독은 여전히 감독이듯,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로 성취가 더디거나 수익이 적어도 조직 밖에서 독립적으로 노동하고자 한다면 그냥 프리랜서라고 말하면 안 될까?
41 작업 문의 및 견적 확인 과정에서는 프로젝트의 ‘하드웨어’라고 볼 수 있는 일정·기간·작업료 등을 협의했다면, 사전 회의에서는 일의 내용과 방식 그러니까 프로젝트의 ‘소프트웨어’를 논의한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결과물의 모습은 무엇인지, 일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 일하는 방식이 나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은지 등을 한 시간여의 회의를 통해 가늠한다. 과업 지시서에 나온 모호한 문장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지는 과정이다.
44 그러니 사전 미팅에서 컨설팅을 해야 할 것 같은, 혹은 기획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꼭 회의비를 요청하다. 주면 당연히 좋고, 아니면 뭐 어쩔 수 없지.
47 일정을 정리하고 체크하는 게 대단한 기술이나 창의력을 요하지는 않는다. 아주 작고 쉬운 디테일로 믿을 만한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
49 ‘까칠한 수용’이란 “예, 그럼요. 해드려야죠.”가 아니라 ‘당신이 해서는 안되는 요구를 했지만,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내가 요구를 수용해 주는 것’임을 명확하게 인지시키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듯 추가로 비용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50 ‘최종 결과물을 제작자가 수요자ㅔ게 인도한 뒤 2주 이내에 수정 의견이 없을 시 최종 컨펌한 것으로 간주한다.’
52 정성 평가든 정량 평가든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습관은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프리랜서로 성장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프리랜서 직군마다, 하나하나의 프로젝트마다 특수성이 있겠지만, 일하는 과정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따라 챙겨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을지 고민해 보고 일을 하는 것과 무턱대로 일을 하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모든 과정은 연결된다.
53 중요한 건 일을 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나만의 과정과 흐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나를 지키며 일하고 성장하는 데 탄탄한 기초공사가 될 수 있다.
56 콘텐츠를 발행하고 나면 인사이트(정량적 인사이트는 노출수, 댓글과 좋아요, 공유 수 등, 정성적 인사이트는 콘텐츠에 대한 텍스트 반응과 브랜드에 긍정적 효과를 주었던 메시지 방향 등)를 정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한다.
58 그래서 견적서를 정리할 때는 꼭 기획, 운영, 대면 미팅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을 끌어내 항목으로 포함한다. 그래야 가려진 노동이 아닌 ‘드러난 노동’으로 합당한 값을 요청할 수 있다. 기획자는 특히나 기획 비용을 넣을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데, 나는 꼭 넣었으면 좋겠다. 기획자의 일이란 결국 기획하고 관리하고 운영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70 인터뷰 기사는 이보다 더 오래 걸린다. 인터뷰할 대상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 질의서를 만들어 보낸다. 인터뷰이, 포토그래퍼와 인터뷰 일정을 조율한다. 인터뷰를 하고 나면 녹취를 풀어 정리한다. 인터뷰 녹취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요를 짠다. 비로소 글 쓸 준비가 완료됐다. 글을 쓰다가 추가로 필요한 내용이 생기면 자료를 더 조사하거나 인터뷰이나 취재원에게 추가 자료나 인터뷰를 요청한다. 초고가 완성되면 퇴고를 한다. 퇴고 후에는 마찬가지로 오탈자와 맞춤법 검사를 하고 팩트 체크를 위해 인터뷰이에게 기사 원문을 보낸다. 필요한 이미지 자료를 요청해 받기도 하고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사진을 받아 기사에 들어갈 이미지를 선택하고 적당한 곳에 배치한다. 기사 내용에 맞게 사진과 이미지를 배치하고 기사에 들어간 사진과 이미지를 디자이너 혹은 클라이언트가 식별하기 좋게 별도로 폴더로 묶은 뒤 파일명을 정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원고가 완성되면 클라이언트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는다. 이런 종류의 글은 나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자와 조율하고 협의하는 과정까지 고려해 일정을 잡는다.
76 요는 상대가 내 작업이 언제쯤 끝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협업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예의이며 태도다.
86 그럼에도 꾸준히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논리를 만들지 않으면 비수기와 성수기를 오가며 공허함과 번아웃으로 수명이 짧아질 것이 확실하다.
99 내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리베카 솔닛이 <멀고도 가까운>에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이 내 삶에 발을 들이고 나를 그들의 삶으로 이끄는 예상치 못했던 표”가 생기는 일이다. 브랜드가 성공하든 아니든, 큰돈을 벌어다 주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어쨌든 브랜드란 새로운 커리어 세상으로 나를 연결해주는 예상치 못했던 표가 된다.
105 프리랜서의 일은 돈 버는 일, 돈을 벌어다 줄 지도 모르는 일, 돈 벌 궁리하는 일, 돈을 벌고 나면 꼭 해야 하는 일로 구성된다.
| 돈을 벌어다 줄지도 모르는 일 | 셀프 브랜딩 | - 매거진 <프리낫프리> 제작
- 프리랜서 커뮤니티 활동, 팟캐스트 | | --- | --- | --- | | 돈 벌 궁리 하는 일 | 홍보와 영업 | - 포트폴리오 다듬기, 네트워킹 모임 가기, 개인 및 브랜드 SNS 운영하기, 제안 들어온 일 견적서 쓰기 등 | | 돈을 벌고 나면 꼭 해야 하는 일 | 관리 업무 | - 세금계산서 발행, 분기 별 수익 내역 정리, 부가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와 납부, 해촉증명서 발급 요청 등 |
110 어쩌면, 내게 주어진 하루의 모든 시간을 잠재적인 노동 시간으로 인지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일을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는 열 시간이라고, 하루 열 시간의 노동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주말은 쉰다. 일주일의 긴장을 풀고 고단한 마음을 다독인다. 주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비생상적으로 하루를 보내도 용서하기로 한다.
111 산뜻한 시간으로 소진된 나를 돌보고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를 채운다.
115 달콤한 걸 계속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듯 달콤한 하루가 계속되자 일상이 텁텁해졌다. 텁텁하게 시작한 하루는 끝도 텁텁하기 마련이다. 느즈막이 일어나 오늘도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시작한 나를 자책하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하니 일을 할 때도 영 무능력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필요한 건 산뜻한 하루의 시작, 일상을 받쳐 줄 매일의 루틴이었다.
125 제일 중요한 건,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정해진 루틴을 만들고 루틴대로 하지 못했을 때 ‘역시 난 계획적이지 못한 인간’이라며 자기비난을 하지 않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라는 자기 용서가 따라야 한다. 물론 너무 너그러우면 하루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적당한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결국 루틴을 성공시킨다.
129 프리랜서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 하나,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것. 그래야 계속 일할 수 있다. 실수 하나로 내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
140 “회사는 1+1=2가 아니라 1+1=3이야. 함께한다는 건 새로운 1이 추가로 더해지는 일이야.” 그때는 이해 못했지만, 조직밖에 나와서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함께한다는 건 없었던 1이 더해지는 일이다. 일을 해 나가는 동력, 큰 프로젝트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는 규모의 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은 함께할 때 분출된다.
154 그러나 매년 내가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감각, 다시 말해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낮은 단가는 낮다고 말할 줄 아는 프리랜서가 되면 좋겠다. 프리랜서의 건강한 노동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이런 사람들의 시도가 모여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55 그래도 가끔 내 작업을 좋아하고 나와 꼭 일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가 일을 의뢰할 때면 기본적으로 단가를 올리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일할 프리랜서들에게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시작점이 되리라 믿는다.
173 하지만 프리랜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낮은 단가, 불공정한 계약 방식, 과노동과 번아웃 등등 프리랜서가 마주하는 문제는 개인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노동 시장이 그러해서 발생할 때가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