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님과 함께한 사흘
이번 부산 유배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본진의 공연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유배인 만큼, 먼저 배우 규형의 공연을 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 다음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마다 많은 이들이 여름휴가를 겸해 부산을 방문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계기로 누군가 방문한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할지 느껴졌다. 그래서 ‘숙박비는 내가 대신하니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밥을 사달라’는 제안을 담은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 전달했다.
첫 면회객은 사과님이었다. 대외활동을 통해 만났으며,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 공연을 함께 다니며 1년 사이에 매우 가까워졌다. 사과님은 최근 이직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상황이었지만,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 포상 휴가를 얻어 토일월 2박 3일 동안 부산을 방문했다.
첫날은 저녁에 만나 공연 이야기와 그간의 소식을 나누었다. 둘째 날은 추천받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했다. “나는 문과생이자 소셜섹터 경험자이고, 사과님은 공대 출신 IT 기획자”라는 서로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상호 존중과 다정한 안전함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사과님의 권유로 AI 도구 클로드를 추천받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관람했다. 공연 후 케이크를 사 에너지를 충전하고 광안리에 가 저녁을 먹고 광안대교를 감상하며 더 내밀한 대화를 나눴다.
마지막 날인 월요일 오전은 침대와 소파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과님의 제안으로 복날 삼계탕을 먹은 후 약 2시간 동안 광안리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월요일 오후에도 이렇게 평온해도 된다”는 사실이 둘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기차 시간 직전까지 알찬 일정을 소화한 사과님이 떠난 후,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 만남을 통해 선명해진 생각이 있다. 앞으로 유배 기간에 면회객이 오면, 그 사람의 방식으로 여행하고 살아가기로 하자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평소 방식과 다르더라도. 아직 예정된 면회객이 3명 더 있으며, 각각과의 시간이 얼마나 다채로울지 벌써 기대된다.